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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최예나]학생 수 감소위기, ‘고통 분담’이 대책이라니

입력 | 2021-05-24 03:00:00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전통시장 보호한다고 대형마트 의무휴일 지정한 것과 똑같네요. 그런다고 사람들이 전통시장으로 많이 갔나요?”

교육부가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겠다고 밝히자 학부모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서 나온 말이다. 대학 진학 연령(18세)을 기준으로 한 인구는 내년부터 대입 정원보다 줄어든다. 실제 입학생 수는 정원을 밑돈 지 오래다. 올해 전국 대학의 정원 대비 미충원 인원은 4만 명. 그중 75%는 비수도권에서 나왔다. 이에 교육부는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30∼50%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겠다는 대책을 20일 내놨다. 대학들이 ‘고통 분담’을 하자는 취지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학 간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분노의 목소리가 더 컸다. 한 예비 수험생 학부모는 “수도권대 들어가기가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재수생, 반수생도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수도권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데 수도권대 정원 줄인다고 누가 지방대를 가겠느냐”며 “지방대 통폐합이 먼저 아니냐”고 지적했다.

대학 역시 “효과가 적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총장은 “우리가 양보하면 모든 지방대가 학생 유치를 위해 노력한다고 교육부가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지방대는 망하고 수도권대도 어려워지는 대책”이라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조만간 문 닫는 대학이 나올 건 오래전부터 예견된 문제다. 하지만 현 정부는 ‘대학 자율’을 이유로 그동안 정원 감축을 강제하지 않았다. 대학 내에서조차 “어떤 대학이 자기 손으로 정원을 줄이겠느냐. 정부도 욕먹기 싫어 주도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초(超)저출산이 시작된 2002년 태어난 학생들이 올해 대학에 가면서 미달 사태가 현실이 되자 결국 정원 감축에 나섰다. 물론 지금도 ‘대학 자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학이 이행하지 않으면 재정지원이 끊어진다. 사실상 강제 조치다. 다급한 분위기는 엿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 지난해 출생아는 사상 처음 20만 명대로 떨어졌다. 올해 전체 대학 정원은 47만4180명이다. 2020년생이 대학에 가는 18년 후에도 ‘고통 분담’을 위한 수도권대 정원 감축을 대학 살리기 대책으로 내놓을 것인가.

최예나 정책사회부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