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B·B·C(바이오·배터리·반도체) 협력 가시화] 바이든 회견때 “韓기업인 일어나라”… 최태원 등 일어서자 박수 갈채 美, 대만 TSMC 이어 삼성투자 유치… 첨단 반도체 안정적 공급망 확보 SK 美배터리공장 찾은 文대통령… “양국의 우정과 첨단 협력 상징” 靑-백악관 ‘한미 공급망 TF’ 구축… 전경련 “안보 넘어 경제동맹 성과”
한국 기업인들에게 박수 보내는 양국 정상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한국 기업인들에게 박수를 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에게 일어나줄 것을 요청한 뒤 미국 투자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세 번 반복했다. 오른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워싱턴=뉴시스
21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 정상 기자회견에서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등 한국 BBC(바이오, 배터리, 반도체) 분야 기업인들이 일어서자 박수가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생큐”를 세 차례 반복하며 “(미국에) 수천 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반도체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훌륭한 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한미 협력을 통해 중국과 벌이고 있는 미래 첨단산업 패권 전쟁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경제가 안보의 지렛대이자 한미 동맹의 근간이 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에 44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과 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17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이르는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투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지을 신규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은 5nm(나노미터) 수준의 최첨단 공장이다. 세계적으로 5nm 이하의 미세공정은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만이 가능하다. 두 회사 모두 최첨단 공장은 주로 자국 내 뒀었다. 미국은 TSMC에 이어 삼성의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유치함으로써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폰 등에 들어갈 최첨단 반도체의 공급망에서 중국에 절대적인 우위를 구축하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이 총 140억 달러(약 16조 원)를 투자하기로 한 배터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최적의 한미 협력 분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찾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 양국의 우정과 첨단 협력을 상징한다”며 “배터리뿐 아니라 반도체와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은 이미 미국과 굳게 손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공장에서 양산할 배터리는 미국 포드의 최초 순수 전기차 픽업 트럭 ‘F-150 라이트닝’에 탑재된다. 4일 전인 18일,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전기차를 타고 “중국이 이기게 놔두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존 오소프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 상원의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 사장 등이 참석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 백신 대량생산 허브 기능을 함으로써 미국이 중국과의 코로나19 백신 리더십 경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담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BBC 산업 분야의 협력적 파트너로서의 관계가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경제동맹으로 나아갔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현지 시간)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과 별도 면담을 갖고 “기업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미 정부가 세제, 인프라 등 투자 인센티브를 적극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