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이번엔 법원 실수로 ‘전두환 항소심’ 또 연기…소환장 안 보내

입력 | 2021-05-24 14:44:00

재판부도 당일 소환장 누락 사실 인지하고 사과
전두환 방어권 보장 취지 발언에 오월단체 반발




피고인 불출석으로 연기됐던 전두환(90)씨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이 법원의 ‘직무 유기’로 또 미뤄졌다.

법원이 전씨에게 기일 공지와 함께 출석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내지 않아 개정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면서다.

광주지법 제1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재근 부장판사)는 24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전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업무상 누락으로 전씨에게 소환장 송달이 안 됐다. 형사소송법상 재판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6월 14일로 재판을 미뤘다.

재판부는 지난 10일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전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정할 수 없다’며 2주 뒤인 이날로 재판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적법한 기일 소환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속해서 2회 이상 불출석할 경우 개정할 수 있다’는 결석재판 허용 요건에 따라 이날 개정하려고 했으나 소환장 처리에 착오가 생겨 진행이 불가능하다”며 업무 소홀에 따른 재판 공전에 사과했다.

법원이 소환장을 보내지 않아 ‘적법한 기일 소환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도 소환장 송달 여부를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가 이날 오전에서야 인지했다.

5·18단체는 “법원이 책무를 저버렸다. 소환장 통보를 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18 진상 규명의 중요한 계기가 되고 국민적 관심이 높은 재판을 지나치게 소홀히 했다. 전두환 측이 법리적으로 빠져나갈 빈 틈조차 허락해선 안 된다. 재판부는 정신 차리고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재판부는 추가 증인 또는 증거 조사에 대한 검찰과 전씨 측의 의견을 들은 뒤 핵심 쟁점(1980년 5월 21일 헬기 사격 실재 여부)에 대한 주장만 펼쳐달라는 입장을 밝혀 5·18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관련 법은 2회 이상 불출석에 따른 결석재판 허용 시 ‘제2회 공판기일에 변론을 종결한 뒤 선고기일에 관해 별도로(피고인에게) 소환장을 보내지 않고, 공판기일 내에서 선고기일을 지정·고지해 판결을 선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변론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는 일종의 제재 규정이다.

전씨의 2회 불출석에 따라 인정신문 없이 공판을 개정할 경우 검찰 추가 의견만 듣고 심리를 끝낸 뒤 선고할 수 있는데도 재판부가 전씨의 방어권을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될 수 있어서다.

김영훈 5·18유족회장은 “항소해놓고도 법정에 나오지 않은 피고인(전두환)의 방어권을 보장해준다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는 지난해 11월 3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장은 기록·증언 등을 토대로 1980년 5월 21일(500MD 헬기)·27일(UH-1H 헬기) 계엄군이 헬기에서 총을 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장은 전씨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알고도 회고록에 허위 사실을 적시, 조비오 신부를 비난했다고 봤다. 다만,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한 1980년 5월 21일 상황을 토대로만 유죄를 판시했고 5월 27일 헬기 사격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과 전씨 측은 양형 부당과 사실 오인·법리 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검찰은 “피해자 관련성과 인과 관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고 봤다. 전씨 측도 1980년 무장 헬기 출동 시점으로 미뤄 “5월 21일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광주지법은 전씨에게 소환장을 보내지 않은 것과 관련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