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노벨상’ 행동경제학자 “美 집값 이렇게 높은 적 없어 하락 시작 2005년의 2년 전 모습 금리 등 정책만으론 설명 안돼… 가상화폐도 가치의 근원 모호해”
실러 교수는 최근 미 CNBC에 출연해 “투자자들 사이에 서부 개척시대의 사고방식이 보인다”면서 자산 거품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100년이 넘는 내 데이터를 봐도, 실제로 주택 가격이 이렇게 높은 적은 없었다”며 “나는 이것이 중앙은행의 정책만으로 설명된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 벌어지는 것에는 사회학적인 뭔가가 있다”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미국 주택가격 동향의 대표 지표인 ‘케이스-실러’ 지수를 고안한 인물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뒤져봐도 지금처럼 높은 집값이 없었다는 뜻은, 최근 가격 급등은 시장금리나 돈의 흐름 같은 정책적 요인보다는 투자자들의 비합리적인 판단이 쏠림 현상을 일으킨 결과라는 지적을 한 것이다. 그의 저서 ‘비이성적 과열’은 사람들의 이런 투기적 성향이 어떻게 시장의 거품을 키우는지를 보여준 책이다.
최근 미국의 집값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로 기록적인 상승을 거듭하는 중이다. 전미부동산협회(NAR) 자료에 따르면 4월 주택 중위가격은 34만1600달러(약 3억8560만 원)로 1년 전보다 19% 급등했고 1999년 통계 작성 이후로도 가장 높았다. 특히 집을 사려는 수요에 비해 매물이 부족해 최근에는 전액 현금을 주고 집을 구입하는 경우도 전체 거래의 4분의 1까지 된다고 한다. 이처럼 주택 수요가 늘어난 데는 팬데믹의 여파로 재택 근무, 재택 수업 등이 늘면서 이왕이면 더 좋은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유도 있다.
실러 교수는 최근 급락세인 가상화폐 시장에도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가상화폐에 대해 “매우 인상적인 기술이지만 궁극적 가치의 근원이 매우 모호하다”고 진단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