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대백 본점이 7월 휴점한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폐점 수순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현실은 더 암울하다. 한 매장 관계자는 “개점휴업 상태다. 곧 문 닫는 백화점을 누가 찾겠냐”고 했다. 경영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는 직격탄이 됐다. 브랜드 철수 요청과 마진 인하 요구 등 악순환이 이어진다.
대백은 일제강점기 이후 대구의 첫 백화점(1969년 12월 26일 개점)으로 오랜 시간을 대구시민들과 함께했다. ‘쇼핑=대백’일 정도로 한동안 명성이 대단했다. 본점을 기반으로 중구 대봉동 프라자점까지 확장하며 지역 대표 백화점으로 성장했다. 신세계백화점이 1973년 대구에 진출했다가 2년여 만에 철수한 이유도 대백의 벽 때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다른 백화점들이 획기적인 시도로 또다시 앞서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다음 달 중순 6층에 1300m² 규모의 실내 골프연습장을 연다. 주차장과 바로 연결된 33타석 매장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공인 시뮬레이터를 갖췄고 프로골퍼가 레슨을 한다. 이 백화점은 7월 점포 5층에 롯데건설의 아파트 모델하우스도 선보인다. 2600m² 규모에 가전 가구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같이 전시한다.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인 벤틀리 매장을 열었다. 국내 백화점 중에서 처음이다. VIP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백화점은 대구에 진출했던 역사를 전시한 공간을 마련해 대구시민들의 향수도 자극하고 있다.
두 백화점의 발상은 기존의 틀을 완전히 깼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이제 대백이 벼랑 끝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쏠린다. 대백이 쇼핑 명가를 재건하는 것은 대구의 유통 역사와 전통을 잇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영훈·대구경북취재본부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