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현재 상황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소유권 사회(ownership society) 정책’을 펴던 2000년대 초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집이 있어야 책임의식이 커진다’며 저소득층의 주택 구입을 장려했다. 대출이 쉬워지자 너나 할 것 없이 집을 사들였고 주택 경기는 과열됐다. 결국 2008년 부실 주택대출 문제에서 비롯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미국 주택가격은 지난 1년 새 10% 이상 급등했고 케이스-실러 지수는 올해 2월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전문가들의 전망과 반대다. 파산한 자영업자, 실업자들이 집을 내놓아 집값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확장재정, 저금리가 집값을 끌어올렸다. 재택근무 확대로 넓고 안락한 집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 집값에 대해 그에게 묻는다면 “한국 상황을 잘 모른다. 나는 ‘케첩 경제학자’가 아니다”라며 즉답을 피할 것 같다. 그는 2007년 “미국 주택가격엔 버블은 없다”는 학자의 주장에 대해 “전형적인 케첩 경제학”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케첩 2병 값이 1병의 2배 정도면 합리적’이라는 식으로 드러난 숫자로만 판단할 뿐 경제 시스템 이면에 숨겨진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지 못하는 경제학자를 비꼰 말이다.
▷한국 아파트 값은 미국 이상으로 급등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4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11억1123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7.7%(1억9665만 원)나 올랐다.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도 1992년 1월 이후 29년 만에 가장 적어졌다고 한다. 공급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곤 해도 과도한 쏠림은 거품을 만들게 마련이다. 주택 거품이 꺼질 시기를 한국도 대비해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