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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의약품 국산화, 신약개발 매진… 제약주권-약업보국 실현

입력 | 2021-05-26 03:00:00

창립 80주년 ‘종근당’ 발자취




“우수 의약품을 개발해 인류 건강을 지키며 복지사회 구현에 이바지한다.”

종근당 창업주인 고(故) 고촌(高村) 이종근 회장은 1939년 봄 약품 행상을 시작하며 처음 약업과 연을 맺었다. 1941년 단순히 수입한 약을 판매하는 행위에서 과감히 벗어나 직접 약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종근당의 모태인 ‘궁본약방(宮本藥房)’을 설립했다.

“정직과 신용, 하면 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약업인으로서의 큰 뜻을 펴기 시작했다. 1956년 자신의 이름을 딴 ‘종근당제약사’로 회사명을 바꾸고 우수 의약품 개발을 통해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며 평생을 제약산업에 헌신했다.


이종근 회장의 제약주권과 약업보국

이 회장은 “우리 국민의 생명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제약주권과 아울러 경제를 발전시키는 약업보국의 가치를 한국 제약산업에 심은 참제약인이다. 의약품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 국내 최대규모의 합성공장(1965년)과 발효공장(1974년)을 설립해 자체기술로 원료의 국산화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제약산업의 현대화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1968년에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국내 최초로 획득해 항생제 ‘클로람페니콜’을 일본, 미국 등 해외에 수출하며 국내 제약산업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도전정신을 심어줬다. 그해 종근당은 국세청이 발표한 국내 기업 순위 중 78위를 차지하며 100대 기업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1969년 대한민국 의약품 총 수출액은 110만4993달러로 56.5%에 달하는 62만4548달러가 종근당 실적이었다.

1972년에는 제약업계 최초로 중앙연구소를 설립해 제약 연구의 초석을 마련했다. 제제와 합성 연구를 담당한 제1연구실과 미생물을 연구한 제2연구실로 조직을 구성하고 국내 유수의 대학교수들과 일본, 미국 등에서 박사들을 초빙했다. 중앙연구소는 원료 국산화 연구에서 신약개발로 목표를 전환하는 등 항생제 기초 원료에서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완전 국산화를 이룬다는 각오와 열정을 보여줬다.

1980년 세계에서 4번째로 항결핵제 리팜피신을 자체 기술로 개발해 결핵치료제를 국산화했다. 리팜피신의 개발은 당시 2만7000원에 달하던 수입 치료제를 3분의 1 수준의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시장에 보급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종근당은 1985년 리팜피신을 비롯해 2001년 기준 총 12개 품목이 미국 FDA 원료로 승인을 받아 국내 제약회사 중 가장 많은 FDA 승인 품목을 보유했다.

1980년대부터는 선진화된 제약기술과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외국 선진 제약기업들과의 합작을 성사시키며 국내 제약산업이 국제적인 인프라를 갖추는 데 기여했다. 대표적으로 1980년 한국롱프랑제약, 1983년 한국로슈, 1986년 한국그락소 등을 설립했다.


경영계의 귀감이 된 고촌 이종근

이종근 회장

종근당은 2013년 11월 충정로 본사 2층에 고촌홀을 열었다. 고촌홀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 제약산업의 현대화를 이룬 이종근 회장의 창업과 도전, 나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창업전시관이자 서울시 등록 박물관이며 교육부 및 서울시교육청 인증 교육기관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의 교육기부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의 꿈과 도전 정신을 함양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종근당고촌재단은 2014년부터 고촌홀을 운영하며 약사 체험, 제약회사 연구원 체험, 큐레이터 체험 등 맞춤형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현재까지 730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기부를 진행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에서 제약업계 최초로 2년 연속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종근당고촌재단은 2005년 8월 결핵 퇴치를 위해 한평생 혼신의 노력을 다한 고촌 이종근 회장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유엔 산하 결핵퇴치국제협력사업단과 공동으로 국제적인 ‘고촌상’을 제정했다. 고촌상은 자체 기술로 항결핵 의약품을 생산해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보급하는 등 결핵 퇴치 사업을 위해 평생을 이바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고촌상은 매년 결핵 퇴치를 위해 공적을 이뤘거나 항결핵 사업을 위한 시스템이나 정책을 입안·이행하는 데 공헌을 했거나 결핵 퇴치를 위한 교육과 훈련 등에 앞장선 개인이나 기관 또는 단체를 선정해 상금을 포함 총 10만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이장한 회장의 혁신경영… 비약적 성장 이끌어

1987년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되면서 제약산업은 일반의약품 중심에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1991년 외국인 100% 단독 출자가 허용되는 투자 개방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제약사와의 합작을 청산하고 직접 시장에 뛰어든 다국적 제약사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1993년 취임한 이장한 회장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혁신경영에 돌입했다. 먼저 임직원의 의식과 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본부제’로의 조직 개편과 ‘소사장제’ 도입 등 조직문화의 혁신을 통해 책임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1990년대 초반 수도권의 인구 집중 해결과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이전하는 수도권 내 공장과 부대시설에 대해 세금을 감면해 주는 조세 감면 규제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종근당의 생산 및 연구개발 기지였던 신도림 공장을 천안으로 이전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1998년 준공된 천안공장은 약 14만8760m² 부지에 연면적 5만2892m² 규모로 동양 최대 규모의 완제의약품 생산공장이다. 한국우수의약품제조기준(KGMP)과 미국 FDA의 까다로운 기준에 부합하는 최첨단 설비를 갖췄다.

1996년 건강기능식품 회사 종근당건강의 설립과 원료의약품 합성회사 경보제약을 인수하고 2001년 원료의약품 발효회사 종근당바이오를 분할했다. 2013년 지주회사 종근당홀딩스 출범 등 수직적이고 수평적 확장으로 전문화의 기반을 마련했다.

종근당바이오는 2010년 순수의약품으로는 최초로 1억불 수출탑을 수상하는 등 원료의약품 수출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다수의 세계 시장에서 5위권 안에 드는 원료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경보제약은 고품질의 원료의약품 제조 기술을 바탕으로 선진 시장에 진출해 한국의 대일 의약품 수출 중 17%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0년 종근당바이오와 경보제약은 합산 매출 3400억 원을 기록하며 국내 원료의약품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합성과 발효사업은 장치산업이기에 지속적인 발전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인내와 끈기로 지켜낸 이장한 회장의 뚝심은 종근당건강의 메가브랜드 ‘락토핏’의 성공신화로 이어졌다. 락토핏은 2016년 이후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을 5년 만에 3배 이상 키우면서 독보적인 1등 브랜드가 됐다. 그 결과 종근당건강은 2020년 497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건강기능성식품 분야에서 2위로 급부상했다.

이장한 회장의 혁신경영을 바탕으로 종근당 그룹의 연결 매출은 이 회장이 취임한 1993년 1085억 원에서 2020년 2조3381억 원으로 21배 이상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153억 원에서 2890억 원으로 19배 증가했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매출과 이익은 3배 정도 늘며 크게 성장했다. 2020년에는 전문의약품 치료제 시장에서 국내 완제품 매출 기준 1위를 달성했다.


환경경영으로 국제 표준 인증 획득

종근당은 환경경영을 중시해 다양한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했다. 2018년 환경경영시스템 국제표준(ISO14001)과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국제표준(ISO45001)을, 2019년 제약업계 최초로 에너지경영시스템 국제표준(ISO50001) 인증을 받았다. 온실가스·에너지목표 관리업체로서 매년 환경정보를 공개하며 온실가스 감축도 실천하고 있다.

윤리경영과 관련해 종근당은 CKD 윤리규범을 제정해 기업경영에 반영하고 있다. 이 윤리규범에서는 임직원의 기본 윤리, 주주 및 투자자에 대한 책임, 경쟁사 및 협력업체에 대한 책임, 국가와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 환경에 대한 책임, 사회공헌 책임을 명시해 두고 있다.

종근당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인증하고 한국소비자원이 운영하는 인증평가제도인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받고 있다. 종근당에서 더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이다. 종근당은 2007년부터 공정거래 관련 법규 위반 시 수반되는 리스크를 예방함과 동시에 기업의 준법경영 정착을 위해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다.

창립 80주년을 맞은 종근당이 미래를 향해 제시한 비전은 ‘Creative K-healthcare DNA’다. 한 사람에서 전 인류까지, 예방부터 치료까지, 제약기술 혁신으로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의미를 종근당의 영문 이니셜 ‘CKD’에 담았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