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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조혈모세포이식 9000건 달성… 백혈병 환우에 희망 전해

입력 | 2021-05-26 03:00:00

서울성모병원 가톨릭혈액병원




서울성모병원 가톨릭혈액병원이 1983년 국내 처음으로 백혈병 환자의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한 데 이어 최근 세계 최초 단일기관 조혈모세포이식 9000건을 달성했다.

가톨릭혈액병원은 최근 세계 최초로 조혈모세포이식 9000건을 달성했다. 이 병원은 서울성모병원 3층(외래), 18∼21층(병동)에 각각 위치해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톨릭혈액병원 제공

조혈모세포이식이란 백혈병, 악성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 혈액암 환자에게 고용량 항암 화학 요법 혹은 전신 방사선 조사를 통해 환자의 암세포와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다음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주는 치료법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크게 조혈모세포를 가족 및 타인에게 받는 동종 이식과 자기 것을 냉동 보관 후 사용하는 자가 이식 두 가지로 나뉜다. 자가 조혈모세포이식은 동종 이식과는 달리 거부 반응, 이식편대숙주병 등 면역 합병증이 거의 없어 동종 이식에 비해 쉽게 시행할 수 있다. 단, 재발률이 높다.

가톨릭혈액병원은 1983년 김춘추 교수에 의해 국내 최초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시킨 뒤 다양한 조혈모세포이식술의 국내 최초 기록을 만들어 냈다. 이 병원은 그동안 다른 국내외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에서 의뢰한 환자들이 몰려 ‘혈액암의 4차 병원’으로 인식되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 최초로 단일기관 9000건 조혈모세포이식을 성공해 냈다.

1985년 자가 조혈모세포이식 성공에 이어 타인 간 조혈모세포이식(1995년), 제대혈이식(1996년), 비골수 제거 조혈모세포이식(1998년), 혈연 간 조직형 불일치 조혈모세포이식(2001년)등을 국내 최초로 성공시켰다. 또 2013년 조혈모세포이식 5000건, 2017년 7000건, 2019년 8000건을 달성하는 둥 현재 연간 약 600건의 다양한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가톨릭혈액병원에서는 전국 전체 조혈모세포이식의 약 20%를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자가 이식에 비해 난이도가 높은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건수가 74.3%를 차지하고 있다. 2018∼2019년 2년 동안 시행한 동종 조혈모세포이식건수는 총 849건으로 그동안 전 세계 이식 분야를 선도해 온 미국 및 유럽 병원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많은 이식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적 역량을 바탕으로 2018년 3월 서울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가 가톨릭혈액병원으로 새로 발돋움했다. 또 가톨릭중앙의료원 서울 소재 직할 병원인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혈액질환 치료의 삼각벨트를 구축해 의료진과 병상을 통합 운영 중이다.

이 병원에는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과 긴밀하고 정기적인 다학제 협진 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또 질환별 6개 전문센터로 전문화된 곳에서 총 28명(혈액내과 18명, 감염내과 3명, 소아청소년과 7명)의 국내 최대 규모의 교수진이 참여하고 있다.

김동욱 병원장은 “가톨릭혈액병원이 세계 최초로 단일기관 9000례 조혈모세포이식 성공이라는 세계적인 업적을 이루게 되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며 “그간 수없이 많은 종류의 조혈모세포이식을 아시아 최초 또는 세계 최초로 시행해 온 경험으로 백혈병으로 고통받는 환우들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발병 이전의 건강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는 연구와 진료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600병상 규모 혈액병원 건립 추진”
김동욱 가톨릭혈액병원장 인터뷰


2001년 만성골수성백혈병 표적 치료제인 글리벡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표적 항암제 1세대 주자, 글리벡의 국내 아버지로 불리고 있는 김동욱 가톨릭혈액병원장. 그를 만나서 이번 조혈모세포이식 9000건 달성의 의미와 향후 혈액병원의 발전 계획에 대해 알아봤다.

―조혈모세포이식 9000건 달성의 의미는….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는 주로 뼈 속에 있다.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을 만든다. 그런데 조혈모세포의 수가 병적으로 적거나 이들 세포가 암으로 변하면 백혈병 등의 혈액질환이 생긴다.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환자의 병든 피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조혈모세포이식이다. 본인의 혈액을 정화해 다시 넣어주는 자가 이식과 다른 사람의 혈액을 이용한 동종 이식이 있다. 우리 병원이 9000건을 달성한 것은 단일기관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지난 2년간 동종 이식 건수로는 약 860건이다. 2등을 하고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병원보다 100건이 더 많다.”

―혈액질환은 몇 가지나 되나.


“백혈병만 해도 50여 가지나 된다. 유전자를 분석해 보면 림프종도 50여 가지며, 다발골수종, 그 외 아주 희귀한 혈액질환까지 다 합하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우리 혈액병원에서 다루는 혈액질환만 200여 종에 달한다.”

―최근 조혈모세포이식의 트렌드는….

“최근 림프종, 다발골수종 질환들이 많이 늘고 있고, 이러한 질환들은 고용량 항암요법으로 치료하면 효과가 좋다. 덕분에 자가 이식이 굉장히 늘고 있는 추세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조혈모세포이식센터를 보면 자가 이식을 시행하는 비율이 50%가 넘는다. 그러나 우리 병원은 특이하게도 중증의 백혈병 환자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타인에게서 받는 동종 이식이 한 78% 정도를 차지한다. 비슷한 수준 규모로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는 병원과 비교하더라도 좀 더 고난도의 조혈모세포이식을 훨씬 더 많이 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발전 계획은….

“장기 계획으로는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등 각 병원에 독립된 혈액병동을 독립 통합해 총 600병상의 혈액병원을 세우려 한다. 이곳에서 혈액질환에 특화된 모든 진료과목과 혈액질환에만 집중돼 있는 진료 협진과들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의료 서비스와 시설이 앞서 있는, 그런 제대로 된 제1의 혈액병원을 만들고 싶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