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5.25/뉴스1 © News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을 검사 2호 사건으로 수사하게 되면서 공수처와 검찰이 서로에 칼을 겨누는 형국이 됐다.
수원지검은 공수처가 이 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을 해명하면서 허위 사실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로 고발당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최근 공수처 대변인 등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성윤 지검장의 공소장 유출 사건에 사건번호 ‘공제 4호’를 붙이고, 전날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사건에 이어 ‘검사 2호’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 공수처의 1·2호 검사 사건 모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과 연결되며, 공통적으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받는다.
대검은 이 지검장 공소장을 열람하고 이를 편집해 외부에 유출한 혐의자를 상당부분 압축, 컴퓨터·휴대전화 사용 내역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검은 혐의자가 현직 검사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처럼 아직 대검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공수처가 신속히 수사에 돌입하자, 대검도 수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사건 이첩 등 현안마다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공수처와 검찰이 사건 수사를 놓고 정면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관건은 향후 전개다. 진상조사 결과 유출 경위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대검은 법무부에 진상조사 결과와 징계수위, 수사의뢰 여부 등을 보고하게 된다. 법무부가 징계와 별도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대검이 파악된 진상조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 혐의에 대해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할 가능성이 있다. 공수처법 25조 2항은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공수처가 현직검사의 수사대상 범죄라고 판단할 경우 사건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 검찰이 거부하며 관련 자료를 넘기지 않을 경우 수사 관할권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공수처가 대검을 상대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조사 결과에 따라 적용할 혐의가 달라질 수 있어 단정하긴 어렵다. 종합하면 공수처는 일단 대검의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대검 조사 결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적용이 가능할 경우엔 공수처 수사대상이 된다.
하지만 공소장 유출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접속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이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다른 혐의로 가닥을 잡을 경우 법이 정한 공수처 수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수처와 검찰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공수처가 전과 달리 신속히 수사에 착수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17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으로 부터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검찰 내부자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수사해 달라는 고발장을 접수하고 일주일 만에 수사에 돌입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이첩한 이규원 검사 사건은 한 달 넘게 검토만 하다 직접 수사를 결정한 것과 대조된다.
박 장관 역시 이 지검장 공소장 유출에 대한 공수처 수사 착수 관련 취재진 질문에 “국무회의 후 기사로 봤는데, 공수처의 일이니 거기에 대해 언급할 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관련해 공수처와 법무부가 협의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과천=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