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 “경기에만 표본 제로 비준표 15개, 표본 10개 미만 지역도 79곳, 공시가격 부실 산정 의심돼” 26일 정책토론회서 보고서 발표… 부동산원 “인근 권역 묶어서 산정”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정할 때 각 주택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든 ‘비준표’가 일부 지역에서는 표본도 없이 작성돼 공시가격 부실 산정이 의심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실과 제주도가 26일 공동 주최하는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토론회’에서 정수연 한국감정평가학회장(제주도 공시가격검증센터장)은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공시가격 제도 개선방안: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투명보유세’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 개별단독주택 가격 산정에 사용되는 비준표 363개 중 표본이 아예 없는 비준표가 15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본이 10개 미만이어서 비준표 산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지역도 79곳이었다. 제주도에서는 비준표 26개 중 3개에 표본이 없었다.
이때 비준표는 해당 지역의 표준단독주택을 표본으로 삼아 분석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현재는 부동산원이 국토교통부 연구용역을 받아 비준표를 만들고 있다. 정 회장의 검증에 따르면 표준단독주택이 없는, 즉 표본이 없는 권역에도 비준표가 있었다. 표준단독주택의 가격이 정확히 산정됐다고 하더라도 비준표가 잘못됐다면 해당 권역 내 개별단독주택 가격이 모두 잘못 산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부동산원 측은 “표준단독주택이 없거나 부족한 권역의 경우 인근 여러 개의 권역을 묶어 비준표를 만든다”며 “권역을 잘게 쪼갤수록 지역 특성을 정확히 반영하지만 표본이 적어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부 권역을 합쳐 비준표를 만들고 있다면 권역 설정이 적절한지, 대표성이 있는지 의심된다”며 “비준표 작성 연구용역에 대한 투명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500명 안팎의 직원이 매년 전국 1400만 채가 넘는 공동주택과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는 정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각 지자체 과세국이 공시가격을 발표하고, 감정평가사의 실명과 평가 근거까지 공개한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을 시세에 따라 산정하는 현재 방식이 오히려 조세 형평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정 회장은 “전문적 평가과정을 거쳐 조정된 실거래가를 공시가격 산정에 쓰는 미국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