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퀼로트와 노란 조끼
루이레오폴 부알리 ‘상퀼로트로 분장한 가수 슈나르’, 1792년.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프랑스혁명의 정신을 대변하고 또한 혁명 이후의 삶을 바꿔 놓은 것이 바로 ‘상퀼로트(sans-culotte)’입니다. 상퀼로트는 프랑스어로 당시 왕족이나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반바지(cullotte)를 입지 않는(sans) 사람들을 뜻합니다. 당시 프랑스에서는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시민계급이 등장했고, 이들은 계몽사상과 미국의 독립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에 부패하고 무능한 왕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죠. 그들이 가진 부와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시대적 요구가 팽배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솟는 물가와 인구의 증가, 그리고 왕실의 재정 악화에 따른 세금 증가로 인해 민중의 삶은 피폐해져 갔죠. 이렇게 촉발된 프랑스혁명은 결국 국왕인 루이 16세를 공개 처형하며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프랑스혁명 이후 상류층 남성들이 착용했던 층층이 긴 가발과 하이힐, 그리고 딱 붙는 타이츠에 입었던 반바지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 대신 그 자리에 넉넉하고 편안한 현대 남성복 바지의 원형이 탄생했으니 그것이 바로 상퀼로트입니다. 타도의 대상들이 즐겨 하던 패션을 따를 수도 없었겠지만, 상퀼로트는 혁명의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입니다.
상퀼로트라는 바지 그리고 노란 조끼 모두 혁명이 만든 패션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혁명이 만든 이 패션은 그 어느 패션보다도 실용적이며 우리의 삶 또한 바꾸어 놓았습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