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탈세’ 혐의 67명 세무조사 신종 호황 골프장-식자재업체 등 레저-비대면 건강 관련이 대부분
치과 원장인 A 씨는 환자들에게 비보험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아 수십억 원을 모았다. 이 돈으로 올 초 가격이 급등한 가상화폐를 사들였다. 가상화폐로 세무당국의 소득 추적을 피하려 한 것이다. 가상화폐의 일부를 유학 중인 자녀의 유학자금으로 편법 증여하고 서류를 조작해 빼돌린 돈으로 고가 주택과 리조트 회원권도 사들였다가 최근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야외에서 하는 골프가 인기를 끌면서 큰 돈을 모은 지방 골프장의 소유주 일가는 지난해 그린피 등 이용료를 10% 넘게 올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수요가 늘자 가격을 올린 것이다. 늘어난 소득은 골프장 관계사인 건설사에 조경 공사비를 부풀려 지급하는 방식으로 빼돌렸다. 골프카트를 독점으로 공급하는 자녀의 회사엔 시세보다 고가의 대여료를 주는 식으로 소득을 편법 증여한 것으로 세무당국은 보고 있다.
국세청은 코로나19 위기의 ‘반사이익’을 누리면서도 탈세 의혹이 있는 67명을 대상으로 25일 세무조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외여행이 제한되자 이용객이 급증한 골프장, 재택근무가 늘면서 수요가 커진 식자재 및 헬스기구 업체, 가상화폐에 투자한 병원장 등이 포함됐다. 업종별로는 레저·취미 분야 35명, 비대면·건강 관련 분야 32명 등이다.
진료비용이 1000만 원 안팎인 다초점 백내장 수술로 인기를 끈 안과 원장 B 씨는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으며 소득을 축소 신고했다가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배우자 명의의 법인에서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아 경비를 허위로 처리하거나 인건비를 부풀려 신고한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B 씨는 소득을 외국 국적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고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며 호황을 누린 ‘집밥’용 식자재 유통업체와 홈 트레이닝 유행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난 헬스기구 판매업체 등도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정 지원이 필요한 영세 자영업자는 최대한 지원하고 신종 호황 탈세 업체에 집중하는 효과적인 세무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