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 기획전 북방 영향받은 고신의 역사 다뤄
1395년 조선 태조(太祖)는 개국 공신인 무신 강순룡을 보국숭록대부·재령백에 임명하는 내용의 고신(告身·사진)을 내린다. 고신은 조선시대 왕이 관원에게 품계나 관직을 수여할 때 발급하던 문서다.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이 고위직 공무원에게 주는 임명장이다. 고신에는 임명 내용만 간단히 적혀 있다. 정수환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서연구실장은 “조선시대 고신은 원나라 등 북방문화의 영향을 받아 내용이 매우 간결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334년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 순제(順帝)가 고려인 이달한을 무덕장군·고려국만호부만호에 임명하는 내용의 문서도 임명 사실만 간단히 적었다. 이 문서는 티베트 문자에 기초해 몽골말을 표기한 파스파 문자로 작성돼 있다. 당시 원나라는 고려를 부마국으로 삼아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고신 관련 문헌자료를 모아 31일부터 ‘고신, 조선시대의 임명문서 읽기’ 기획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고려, 조선시대 문서들의 작성자와 서체를 분석해 고신이 정립된 과정을 보여준다. 조선 21대 왕 영조(英祖)가 조선 초기 작성된 고신을 태조가 직접 썼다고 여긴 일화 등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도 소개한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열리며, 감염병 예방을 위해 시간당 15명까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