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심사위원 선정 위법성 수사 전교조출신 비서실장이 선정 주도 편향 구성땐 업무 방해혐의 적용 ‘심사위원과 친분’ 사전인지에 무게 평가 배점 변경과정에도 주목
“심사위원 구성을 보니 누구를 채용하려는지 알 수 있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 교사 특별 채용’ 과정에 참여한 한 심사위원은 감사원에 이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심사위원 전원이 뚜렷한 진보 성향 인사여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간부 출신인 해직 교사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견됐다는 것이다.
채용 심사위원 5명 가운데 김모 변호사와 A 교수, 이모 전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장 등 3명은 특별 채용된 해직 교사들과 친분이 있거나 함께 활동한 적이 있다. 김 변호사는 채용된 교사 5명 중 4명이 관련된 사건 등 다수의 ‘전교조 사건’에서 전교조를 대리해 왔다. A 교수는 채용된 교사 3명과 함께 전교조 산하 교육기관의 강연, 토론회 등에 참여했다. 이 전 원장과 특별 채용된 전교조 지부장 출신의 해직 교사는 심사위원 면접이 이뤄지기 5개월 전인 2018년 7월 조 교육감의 출범 준비자문단으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사건 당시 조 교육감의 비서실장으로 심사위원 선정을 주도했던 한모 정책안전기획관이 특정 지원자가 선정되도록 심사위원을 편향적으로 구성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한 기획관은 2018년 11월 채용 담당 실무진이 제공한 인력풀 명단에 없는 인물까지 포함해 5명의 심사위원을 정했다. 이들은 모두 한 기획관과 함께 근무했거나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공수처는 한 기획관이 일부 심사위원들과 해직 교사들의 친분 관계를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 변호사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을 대리했다. 이때 한 기획관은 전교조 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특별 채용된 해직 교사들도 대외협력실장, 정책연구국장, 정책기획국장, 법률지원실장 등 전교조의 간부였다.
김 변호사는 2012년 ‘전교조 명단 공개 사건’에서는 한 기획관을 직접 대리했다. 전교조는 ‘가입 교사 명단’을 공개한 조전혁 당시 한나라당 의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냈는데, 이때 한 기획관은 소송 당사자로 참여했다. 김 변호사는 2018년 조 교육감의 선거운동본부에서 특별 채용된 해직 교사 2명과 함께 활동했다. 이때 한 기획관은 선거운동본부의 총괄 본부장이었다.
당시 채용심사에서 해직 교사들은 1∼5위를 독차지했다. 500점 만점에서 1∼5위까지만 400점이 넘었고, 합격자 중 최하위인 5위(415점)와 6위(370점)의 점수 차는 무려 45점이었다. 특히 ‘특별채용 적합성’ 평가 항목에서 결정적 차이가 났다. 김 변호사 등 해직 교사들과 가까운 관계인 심사위원들이 고득점을 몰아준 결과였다.
김 변호사는 특별 채용 심사 3개월 뒤인 2019년 3월 서울시교육청의 4급 임기제 공무원으로 합격해 근무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김 변호사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심사위원이었던 이모 원장은 “출범준비단에 이름만 올렸을 뿐 따로 활동한 적이 없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 해직 교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고도예 yea@donga.com·박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