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中 반발에… 외교부 “대만 언급 성명, 특정국 겨냥안해” 진화

입력 | 2021-05-26 03:00:00

[한미 정상회담 이후]
정의용 “中-대만 관계 특수성 알아… 원칙적 내용만 포함해” 수습 나서
中 “양국 경제협력 변화 없을 것”… 전문가 “영리한 외교 필요하지만
자칫 美-中 신뢰 모두 잃을수도”… 박지원 국정원장, 26일 방미



한미 정상회담 성과 관련 브리핑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왼쪽부터)이 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 관련 합동 브리핑을 위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포함된 데 대해 중국이 “불장난하지 말라”며 반발하자 외교부가 25일 “매우 원론적인 내용”이라며 “특정국의 특정 현안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대만 문제 등을 한미 성명에 포함시킨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외교정책의 변화로 여겨지는 정책 결정에 대해 “국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원칙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대신 당장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中 반발에 “특정국 겨냥 아닌 원론적 내용”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중국의 반발에 대해 “양안(중국-대만) 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이런 우리 정부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대만의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매우 원론적이고 원칙적인 내용만 성명에 포함시킨 것”이라고 했다. 한미 성명에 중국 인권 문제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한중 간 특수 관계에 비춰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해온 우리 정부 입장이 성명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기본 원칙하에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한미 성명의 많은 내용들은 특정국의 특정 현안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추구하는 보편타당한, 원칙적인 가치들을 명시한 것”이라고 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전날 “성명에 ‘중국’이라는 표현이 없다고 중국을 겨냥한 걸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한미 정상 성명 발표 다음 날인 23일만 해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대만의 안정과 평화가 우리 국익에도 직결된다는 우리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익을 위한 선택”이란 입장이었던 정부가 중국의 반발 이후 모호한 설명으로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 “국익 위한 선택” 원칙 대신 모호한 메시지
문재인 정부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중국 견제에 호응하며 미국 쪽으로 한발 다가간 중대한 외교적 결정을 내려놓고 중국과 당장의 마찰을 우려해 미중 간 줄타기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지 않던 우리 정부가 이를 한미 성명에서 거론한 자체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원론적 언급”이라고 축소시킬 게 아니라 중국에 “국익을 위한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중국에 원칙을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영리한 외교를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뒤섞인 메시지로 양측 모두의 신뢰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날인 24일 한국과 미국에 불만을 표출한 중국은 이날 한중 경제협력 분야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汪文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협력을 계속 강화하고 두 나라 관계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한편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6일 미국 뉴욕과 워싱턴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라 남북, 북-미 대화 재개와 관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