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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난자동결보존으로 임신 성공률 높인다

입력 | 2021-05-27 03:00:00

[2021 TREND WATCH]산부인과 전문의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
사유리가 선택한 난자동결보전법
한 단계 더 진화한 ‘맞춤형 난자동결보존법’ 국내 최초 개발
냉동난자 해동 시 생존율 90%




사진 김도균

A(48)씨는 10년 전 38세 때 자신의 난자를 채취해 동결보존해 두었다. 자궁 내 병변은 없으며 남편의 정자도 양호한 편이다. B(48)씨는 A씨와 동일한 조건이지만 난자동결보존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중 체외수정(IVF)를 시도한다고 가정했을 때 더 높은 성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답은 A씨다. 같은 40대 후반의 여성이라도 보다 젊었을 때 난자를 동결보존한 쪽의 임신 성공확률이 훨씬 더 높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성은 고령으로 기형정자의 비율이 높아지더라도 정자의 수 자체가 수십 억 개에 달해 IVF 시 건강한 정자를 찾아내기 쉽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 여성은 약 2백만 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사춘기가 되면 30만∼40만 개로 줄고 건강한 난자부터 배란되는데, 인간의 세포는 20대에 정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노화하며 이는 생식세포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양질의 난자를 얻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노화된 난자는 수정란 분열이 잘 되지 않으며 세포 분열을 촉진하는 에너지도 부족해 기형아 출산 확률이 높아진다.

배란 유도주사로 난자를 더 얻는다 해도 고령으로 인해 난소 기능이 저하돼 있다면 건강한 난자를 얻을 확률도 낮다.

산부인과 전문의 조정현 사랑아이여성의원 원장은 “난자는 생명 잉태로의 첫걸음이자 핵심”이라며 “‘자기난자 동결보존’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미혼여성에게 획기적인 대안”이라고 말한다.

조 원장은 35년간 3만 회 이상 IVF를 실시한 난임 전문가다. 그는 난임의 여러 원인 중 난소기능 저하로 인한 건강한 난자의 부재가 문제의 핵심임을 깨달았다.

그가 난임 부부에게 임신을 선물해주는 것 외에도 결혼을 미루는 미혼여성들에게 자기난자 동결보존의 필요성을 알리는데 열정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다.

조 원장은 “정부가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도 혼인율 저하, 출산 기피라는 시대적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자기난자 동결’을 통해 미래에 엄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조 원장의 말처럼, 여성의 난자를 냉동해 보관하는 ‘난자은행’은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유수의 IT 기업들은 우수한 여성 인재 확보를 위해 난자동결시술 보조금을 지급한다. 또 중국에서는 한 30대 여성이 미혼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난자동결시술을 거부한 병원을 고소하는 사건이 있었으며, 한국에선 지난해 방송인 사유리가 냉동난자를 통해 출산, ‘자발적 비혼모’가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난자 3단계 세분화해 체외성숙 냉동보관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사랑아이여성의원 자기난자은행(SEB)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맞춤형 난자동결보존법’을 개발했다. 맞춤형 난자동결보존법이란 채취한 난자를 성숙란(M2), 아성숙란(M1), 미성숙란(GV)으로 분류해 각각 차별화 체외성숙과정을 통해 냉동보관함으로써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다.

조 원장은 “지난 3년간 2백10여 명의 여성이 맞춤형 난자동결보존법으로 난자를 동결보존했다. 맞춤형 난자동결보존법은 기존의 난자동결보존법보다 안전하게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원장과 나눈 일문일답.

맞춤형 난자동결보존은 기존의 난자동결보존과 어떻게 다른가.

“난자를 채취해 키워보니 여성의 나이에 따라 난자의 상태가 달랐다. 단순히 성숙란(M2)과 미성숙란(GV)으로만 구분해서 동결보존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20∼30대 중반까지는 성숙란 채취가 많이 되지만 37세 이상부터는 성숙란과 미성숙 중간의 난자들도 많았다. 이에 아성숙란 단계를 추가해 총 3단계 체외성숙 냉동보관법을 개발한 것이다.”

연령에 따라 채취되는 성숙란 수에 차이가 있는가.

“평균적으로 25세에는 20여 개, 35세에는 10개, 45세에는 0∼3개다. 20대엔 채취되는 난자 대부분이 성숙란이지만 여성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아성숙란, 미성숙란이 늘어난다.”

어떤 난자를 성숙란이라 부르는가.

“FSH(난포자극호르몬)에 의해 완전히 성숙한, 난포 크기 15mm이상의 난자다. 수정에 가장 적절한 크기라고 볼 수 있다.”

더 많은 성숙란을 얻기 위한 사랑아이여성의원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난자동결은 성숙란 상태에서 진행해야 해동 시 문제가 없다. 이에 아성숙란은 6∼8시간, 미성숙란은 24시간 체외성숙 후 동결했다.”

난자가 성숙할수록 더 좋은 것인가.

“아니다. 과성숙한 난자는 미성숙란보다 못하다. 너무 익어 탄 음식은 먹지 못하는 것과 같다. 미성숙란은 체외에서 성숙시켜 사용할 수 있지만 과성숙란은 방법이 없다. 즉, 난자를 제때 채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경험이 풍부한 의사에게 채취를 맡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난자냉동과 정자냉동의 차이가 있나.

“난자냉동이 정자냉동에 비해 더 까다롭다. 냉동과정도 어렵고 생존율도 낮다. 하지만 최근 5년 동안 난자냉동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영하 210℃ 액체질소로 난자를 급속 냉동하는 ‘유리화동결법’인데, 난자의 생존율이 최대 89.4%에 이른다. 다만 동결 보존액이 난자 안으로 침투할 경우 난자가 굳어버릴 수 있다. 이밖에도 삼투압의 급격한 상승이나 미토콘드리아 손상 등으로 인한 난자의 괴사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성숙란을 냉동하면 이와 같은 문제가 줄어든다. 때문에 성숙란, 아성숙란, 미성숙란 3단계 분류 후 차별화된 체외성숙을 거쳐 냉동 보관하는 기법은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라 볼 수 있다.”


난자동결보존 할 경우 40대 이상 여성도 30대 여성과 같은 임신 성공률


난자동결보존은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난자는 난소에서 성숙되는데, 체외성숙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나.

“모유와 분유의 차이로 비유할 수 있다. 분유가 아무리 좋아도 모유의 품질을 따라갈 수 없다. 하지만 모유를 먹을 수 없다면 분유가 최선 아닌가. 난소성숙과 체외성숙의 차이도 이와 같다고 보면 된다.”

난자동결은 최대 몇 세 이전까지 하는 걸 권장하나.

“아무리 늦어도 45세 이전에 하길 권장한다. 40대가 되면 난소 기능 저하에 가속이 붙는다. 예컨대 41∼42세와 45∼46세의 난소기능 저하 속도는 확연히 다르다.”

젊었을 때 동결한 난자를 이용하면 40대 이상이 돼도 임신율 저하를 막을 수 있나.

“가능하다. 성인병 등 다른 질환 없이 건강한 신체라 가정하고, 예컨대 30대에 동결한 난자를 이용한다면 30대 때의 임신율과 큰 차이가 없다.”

성인병이 있을 경우 임신이 어렵나.


“자궁에 병변이 없다면 임신은 가능하다. 하지만 유산율이 높아진다.”

난자동결에 앞서 채취를 위해선 과배란 유도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여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여성들도 많다.

“1990∼2000년대만 해도 과배란 주사를 맞고 복수가 차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하지만 근래엔 난자 채취 수를 줄이고 질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하며, 칼슘, 알부민 등을 처방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난자동결에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10년∼15년 난자동결보관에 약 5백만원이 든다. 근래 비혼과 비출산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 일을 어떻게 알겠나. 사랑이 예고 없이 찾아오듯 출산에 대한 생각도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 17개국에선 독신 여성과 여성인 동성 커플에게 인공수정 출산을 허용하는 등 세계적 추세도 바뀌고 있다. 한국도 머지않았다고 본다. 난자동결 시술을 받은 여성들은 든든한 보험에 가입한 것 같다고 만족해한다.”

난자동결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여성들이 유의할 점이 있다면.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그리고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인병에 걸리지 않도록 평소에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과음, 흡연, 과식은 몸을 망치기에 당연히 난소 기능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래서 난자 동결을 원하는 여성이 찾아오면 시술을 바로 하지 않고, 약 2개월 정도는 먼저 몸을 건강하게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현준 기자 mrfair30@donga.com 이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