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수 속에 녹아있는 성분을 바탕으로 국내 마약 사용 실태를 유추하는 사업을 벌인 결과 검사를 진행한 전국 57개 하수처리장 모두에서 필로폰 등 마약과 관련한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적으로 마약이 유통·사용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한국이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그 양은 해외에 비해 적은 수준이었다.
2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수역학 기반 신종·불법 마약류 사용행태 조사’ 시범사업의 주요 분석 결과를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것은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는 불법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추정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이미 쓰고 있는 방식이다. 하수유량과 하수 채집지역 내 인구수 등을 고려해 검출 수치를 역산하면 인구대비 마약류 사용량을 추정할 수 있어 수사기관에서 적발한 마약 외에 실제 마약이 어느 정도 유통·사용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시행된 이 사업은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한 것이다. 식약처는 전국 57개 하수처리장에서 국내에서 쓰이고 있거나 쓰일 우려가 있는 마약류와 대사물질 21종의 성분을 각각 4번에 걸쳐 조사했다. 그 결과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 펜디메트라진, 펜터민, 메틸페니데이트가 검출됐다. 또 프로포폴, MDMA(엑스터시), 암페타민이 20곳 이상에서 나왔고 코카인, 케타민, LSD(환각제) 등도 6~13곳에서 검출됐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는 그간 파악할 수 없던 국내 불법 바약류 사용실태를 전국단위에서 처음으로 들여다봤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지역과 기간을 확대해 지속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