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대규모 접종 전날도 수급난 질병청 “AZ, 일반 주사기 허용” 일선 병의원 “황당하다” 반응 당국 “배송지연… 접종일정 문제없어”
65∼74세 약 514만 명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27일 시작된다. 하지만 26일까지도 일부 지역과 위탁의료기관(동네 병의원)의 ‘최소 잔여형(LDS) 주사기’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날 “LDS 주사기를 수요의 130%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정반대 상황이 계속됐다.
26일 서울의 한 보건소는 관내 병의원에 “LDS 주사기 재고 부족으로 일반 주사기 사용을 허용한다”며 “LDS 주사기와 일반 주사기를 섞어서 배부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LDS 주사기를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건 화이자 백신”이라며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LDS 주사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병의원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서울의 한 의원 원장은 “그동안 백신이 부족하니까 ‘K주사기’인 LDS 주사기를 사용해 더 많이 접종한다는 게 정부 입장 아니었느냐”며 “지난달에는 최대한 아끼라더니 말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실제 앞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한 요양병원 등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때도 대부분 LDS 주사기를 사용했다.
LDS 주사기의 현장 공급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하루 단위로 배부하는 곳도 있다. 서울의 한 보건소는 “27일 접종분만 우선 지급하고, 28일 이후 접종분은 27일에 한 번 더 와서 받아가라”고 안내했다. 대구의 A의원 역시 26일 이틀 치 주사기 50개만 수령하고 나머지 주사기는 28일에 다시 가서 받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잔여백신(노쇼 백신)’이 나와도 주사기가 없어 추가 접종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보건소는 “주사기 양이 부족해 1바이알 기준으로 12개씩은 못 드리고 예약된 인원수만큼만 드릴 수 있다”고 공지했다.
질병관리청은 의료 현장의 LDS 주사기 부족 문제에 대해 “일시에 늘어난 수요에 맞춰 LDS 주사기를 생산하고 보급하는 과정에서 배송이 1, 2일 지연된 것”이라며 “27일 시작되는 65세 이상 예방접종은 문제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