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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피고인’ 박범계 첫 법정출석 “민망한 노릇”

입력 | 2021-05-27 03:00:00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재판 나와
“판사로 첫 부임한곳서 재판받아…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 주장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으로 기소된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26일 서울남부지법 법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장관으로서 민망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박범계 피고인, 직업이 바뀐 거죠. 국회의원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오상용 부장판사)

“네 그렇습니다.”(박범계 법무부 장관)

2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 심리로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에 대한 3차 공판이 열렸다. 2019년 4월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직자를 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1월 재판에 넘겨진 박 장관은 올 1월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재판부는 박 장관에게 직업을 재확인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 장관은 법정으로 출석하면서 “법을 집행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첫 판사로 부임했던 이곳에서 재판받는 것 자체가 민망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사법부를 믿는다. 성실히 재판에 임해 이해 충돌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2시간 45분가량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은 박 장관이 국회 본관의 자유한국당 회의실 앞으로 달려와 양팔로 피해자의 목 부위를 감싸 안고 끌어내는 영상을 공개했다. 검사는 “박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과 함께 피해자를 끌어내는 모습이 확인된다”며 폭행 혐의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 장관은 “영상에 나온 상황도 물리적인 충돌을 피하고자 비어 있는 회의장을 찾아다니다가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장관은 직접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은 후 “이 사건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국민의힘 당직자는 영등포경찰서에서 소환했지만 3번 다 출석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피해자 진술이 공소 사실에 빠져 있다”면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증거 영상도 의심이 든다. 영상에서 당직자에게 제가 밀려 안경이 떨어지는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차를 내고 법정에 출석한 박 장관은 다음 달 30일 4차 공판에도 참석해야 한다. 재판부는 7월과 8월에도 매달 1회씩 공판기일을 잡았다. 이 사건 피고인은 박 장관과 민주당의 박주민 김병욱 의원, 이종걸 표창원 전 의원, 보좌관 및 당직자 등 10명이다. 지난해 11월 2차 공판 이후 피고인들이 국회 일정 등의 이유로 재판 연기 신청을 해 재판이 세 차례 연기됐다.

신희철 hcshin@donga.com·김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