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력 신문 첫 공개 촉구
일본 도쿄 올림픽 공식 후원사인 아사히신문이 26일 사설을 통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에게 올림픽 취소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일본의 유력 신문이 사설을 통해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올림픽이 정권 유지를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아사히는 ‘여름 도쿄올림픽, 중지 결단을 총리에게 요구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멈추지 않고, 도쿄도 등에 발령된 긴급사태도 재연장을 피할 수 없는 정세”라며 “이번 여름에 도쿄 올림픽을 여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고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도쿄 올림픽은 지난해 이미 한 차례 연기된 적이 있다. 이 신문은 이어 “사람들의 당연한 의문과 우려를 외면하고 돌진하는 정부와 도쿄도, 올림픽 관계자들에 대한 불신과 반발이 커져만 간다”며 “냉정히, 객관적으로 주위 상황을 살펴보고 여름 개최 취소 결단을 내릴 것을 총리에게 요구한다”고 했다.
아사히는 지난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존 코츠 부위원장이 긴급사태 발령 중에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놀랄 만한 발언이다. (일본) 국민 감각과 차이가 선명하다. IOC의 독선적인 체질을 다시 각인시켰다”고 비판했다.
또 올림픽 헌장이 사문화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올림픽 헌장은 기회의 균등과 우정 등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코로나19로 올림픽 지역 예선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가 있고, 백신 보급이 진행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가 있으며, 각국 선수들과 일본 주민의 교류도 어렵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또 “올림픽이 정권을 유지하고 선거에 임하기 위한 도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가 총리의 임기는 9월 말까지이고, 10월 전에 중의원 선거도 실시된다. 스가 총리가 올림픽 개최를 통해 사회적 축제 분위기를 만들면 선거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것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아사히는 “사회 분열을 남기고 만인의 축복을 받지 못하는 축제를 강행했을 때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 총리는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며 사설을 끝맺었다.
아사히신문은 2016년 1월 요미우리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마이니치신문과 함께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와 공식 파트너 계약을 맺고 일본 대표선수 지원과 올림픽 성공을 위해 기여하기로 약속했다.
IOC는 스폰서(후원사)를 ‘파트너’로 표현하고 있다. 삼성, 도요타,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는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15개사가 있다. 아사히에 따르면 일본 내 ‘로컬 파트너’는 68개사가 있다. 아사히신문 측은 “계약 때 공식 파트너로서의 활동과 언론사로서의 기능에 선을 그었다. 이번 사설은 올림픽 스폰서십과 상관없이 언론 본연의 입장에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