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5당 대표 靑오찬 간담회
1년 3개월 만에 열린 靑-여야 대표 간담회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국민의당 열린민주당 등 5당 대표 초청 오찬간담회에 앞서 각 당 대표들과 환담장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가운데)을 중심으로 민주당 송영길 대표(왼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오른쪽). 김 대표 권한대행은 한미 백신 스와프 무산, 부동산·일자리정책 등을 비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6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오찬간담회에선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미동맹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뜻깊은 기회였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강조했다. 반면 문 대통령 발언 직후 마이크를 잡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곧바로 부동산정책에 대한 비판과 인사라인 교체 요구 등 맹공을 퍼부었다.
청와대는 조화를 뜻하는 비빔밥을 식사로 준비하고 훈훈한 분위기를 기대했지만 야권은 국정 전반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열린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간담회는 예정된 1시간 반보다 30분 길어졌다.
○ 文 “백신 충분”에 野 “국민 심정과 괴리”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 기조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와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꼈다”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기대하며 회담의 성과를 잘 살려 나갈 수 있도록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에 대해 “우리의 백신 확보 안정성도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생산력과 미국의 기술·원료를 결합해 한국을 전 세계 백신 공급의 생산기지로 만드는 이번 파트너십이 한국 백신 수급에도 도움이 됐음을 강조한 것. 반면 김 원내대표는 “한미 백신 스와프가 성사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스와프 무산을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오찬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은 언제 마스크를 벗고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하며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고 하는데 (문 대통령은) ‘믿어 달라, 안심해 달라’는 말만 했다. 대통령의 인식이 일반 국민의 애타는 심정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 野, 文 면전서 부동산부터 인사까지 맹공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님 뵙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고 꼬집은 뒤 “시간관계상 덕담은 따로 드리기로 하고 국민을 대신해서 말씀을 올리도록 하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집을 가져도 고통이고, 못 가져도 고통이다. 애꿎은 국민이 투기꾼으로 몰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관 후보자들 관련 논란에 대해 “내로남불은 기본이고, 서민은 꿈을 못 꿀 관사 재테크, 갭투기, 가족 동반 출장, 논문 공짜 이름 올리기, 이런 것으로 국민 눈높이에 크게 미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청와대 인사라인 교체도 요구했다. 한미가 제3국 원전 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한다면서 해외로 수출한다고 하면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며 탈원전 정책 중단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관리해야 하는 행정안전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이 현역 여당 국회의원이라 공정성을 위해 이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김 원내대표의 요청에 대해선 “대통령이 특정 정당 소속이라 불공정하게 선거가 관리된 게 없지 않으냐”며 “해당 장관들이 당적을 보유했다고 우려하는 건 기우”라고 답했다고 한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경석·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