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구 정형외과에서 어깨 수술을 받던 40대 환자가 뇌사 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의사가 아닌 의료기기 영업 사원이 대리 수술을 한 것. 2018년 5월에 일어난 사건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 국내 병원 수술실에 첫 폐쇄회로(CC)TV가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경기도는 그해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2019년 11월엔 조례를 만들어 경기도 산하 6개 의료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의사와 환자가 동의할 경우 수술 장면을 촬영하도록 했다. 지난해 9월까지 6개 병원에서 이뤄진 수술 3900건 가운데 촬영된 비율은 67%. 전국 단위의 수술실 CCTV 설치법은 이보다 앞선 2015년부터 수차례 발의됐지만 번번이 의료계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관련법 공청회에서도 찬반 주장이 되풀이됐다. 의료사고 피해자 단체는 수술실 CCTV 의무화가 대리 수술이나 환자 대상 성범죄 예방, 의료사고 발생 시 진상 규명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의사들이 응급실에는 환자 난동에 대비해 CCTV를 설치해달라고 하면서 수술실 CCTV엔 왜 반대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의료계는 수술실 CCTV가 의료진의 인격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촬영 영상 유출 가능성, 위축 진료로 인한 의료 질 저하, 외과의 부족난 심화로 환자들에게도 손해라고 반박했다.
▷어제는 보건복지부가 척추전문 의료기관으로 지정한 인천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직원이 대리 수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섰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불법 의료행위 때문에 국민 10명 중 7명은 수술실 CCTV 의무화에 찬성한다. 이것이 어렵다면 수술실 입구의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내부에 CCTV를 둔 병원엔 인센티브를 주는 대안도 있다. 부산 정형외과의 영업사원 대리 수술 사건도 수술실 외부 CCTV 영상이 결정적 증거가 됐다. 불법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의사협회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 환자가 제 몸 맡기는 의사를 CCTV보다 못 믿는다면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