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견 출몰’ 남양주 마을 가보니
50대 여성을 습격해 사망케 한 살인견 (사진=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 뉴스1
“그때 마당에 나갔다가 기절할 뻔했어요. 닭을 8마리나 죽여 놓았더라고. 나머지 애들도 상처투성이고. 사람까지 공격했다는데, 어디 무서워서 살겠어요.”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서모 씨(74)는 지난해 10월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몸이 떨린다. 아침에 모이를 주려고 마당에 나갔더니 닭 11마리 가운데 8마리가 참혹하게 물어뜯겨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돌려 봤더니, 범인은 시커먼 대형견이었다. 오전 3시경 마당에 넘어와 닭장을 몸으로 들이받아 구멍을 낸 뒤 닭들을 공격했다. 서 씨는 “사람들이 버린 유기견들이 야생에 살며 거친 들개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최근 도시 외곽이나 농가 등에선 이런 들개들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몇몇 지역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2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는 올 2월 거리를 배회하며 가축을 공격하던 들개 3마리가 또다시 출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 연수구 관계자도 “유기견들이 문학산 인근 민가에서 기르는 닭들을 습격했다는 민원이 올해만 두세 차례 들어왔다”고 전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견 출몰 신고만 4만4078건에 이른다. 경기도로 한정해도 약 1만 건(2019년 기준)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국립공원공단 측도 “북한산국립공원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기견 289마리를 포획했다”며 “포획한 유기견 외에 아직 공원에 살고 있는 유기견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기견들이 야생에서 지내며 흉포해지는 만큼 우연히 마주쳤을 땐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괜히 내쫓으려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오히려 자극을 받은 개들이 더 흥분한다. 이민균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 훈련관은 “개를 마주보며 천천히 뒷걸음칠 치며 피하는 게 가장 좋다”며 “혹시 개가 다가와 냄새를 맡으려 하면 격하게 반응하지 말고 가만히 서 있는 게 차라리 낫다”라고 조언했다.
어린아이들은 개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쉬운 만큼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이 훈련관은 “개들은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자기보다 낮은 서열로 인식하는 성향이 있다. 아이가 다가가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보호자가 잘 통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