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미생물 데이터 수집-분석 ‘메타서브 컨소시엄’ 연구에 눈길
‘메타서브 컨소시엄’에 참여한 연구팀이 서울 시내 한 버스정류장에서 미생물 유전자를 채집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
미생물 종류가 매우 다양한 두 번째 신발은 적도 근처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전철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마지막 신발에선 소금에 잘 견디는 ‘모데스토박터 마리누스’가 발견됐다. 신발에서 발견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비교해보니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여행을 마치고 온 사람의 신발이다.
○도시마다 ‘미생물 지문’이 있다
이들이 내린 첫 결론은 전 세계에서 미생물은 비슷하게 발견되지만 각 사회마다 뿌리내린 미생물 구성이 도시를 식별할 만큼 차이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각각의 도시를 대표하는 미생물들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실제 신발을 분석하진 않았다. 연구를 총괄한 크리스토퍼 메이슨 미국 코넬대 의대 교수는 “도시마다 미생물 지문이 있는 것”이라며 “신발을 주면 바닥을 훑어 당신이 다닌 도시를 90%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미생물에 큰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만큼 인간 가까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미생물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내기 위해 사람이 사는 주변에서 미생물을 수집해 분석하고 있다. 이런 연구는 오래전 시작됐지만 별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지역도 다르고 연구자마다 각자 채집하는 방법부터 분석에 쓰는 장비까지 연구방식이 제각각 달라 비교가 어려웠다.
메이슨 교수는 2013년 미국 지하철에서 수집한 미생물을 연구하다 이런 문제를 깨닫고 처지가 비슷한 관련 연구자들과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컨소시엄은 세계 어느 곳에서 채집한 미생물이라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시료 채집과 처리와 분석 과정을 통일시켰다. 시료를 채집하는 면봉부터 이를 담는 용기, 채집한 시료 속 DNA를 분석하는 장비와 데이터 분석법까지 모두 통일했다. 2016년 6월과 2017년 6월로 채집 날짜도 맞췄다. 서울은 강남역과 143번 버스 노선 정류장의 난간부터 의자, 광고판, 쓰레기통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시료가 채집됐다.
장수진 팀장은 “한국의 버스정류장 주변에는 흙이 많은데 정류장에서 샘플을 많이 수집하다 보니 니트로소모나스 유로파가 많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항생제인 ‘베타락탐’에 내성을 만들어주는 미생물 유전자도 많이 수집됐다.
○코로나19 같은 미생물 위협 사전 탐지 기회
컨소시엄은 현재 병원, 하수, 휴대전화 등 인간과 맞닿은 다양한 환경으로 수집 대상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DNA뿐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같은 RNA 미생물도 분석하는 ‘메타코브(MetaCoV)’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장 팀장은 “1회성 데이터는 부족한 점이 많은 만큼 전 세계가 정기적으로 미생물을 수집하고 데이터를 쌓아 공유하면 더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미생물 DNA로 분석한 만큼 인체와 환경에 주는 영향은 살아있는 미생물 연구에서 보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shinjsh@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