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아시아 차르’ 캠벨… “야심 있다” 가을 대면회의 추진 “시진핑의 中, 난폭한 파워 전환 경제학엔 지독하게 관심 없어”
미국 정부의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사진)이 26일(현지 시간) “중국과 관여(engagement)하던 시대는 지났다. 앞으로의 지배적인 패러다임은 경쟁”이라며 미중 간 격한 충돌을 다시 한번 예고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캠벨 조정관은 이날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이런 발언들을 내놨다. 직설적이고 단호한 어조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이제 새로운 전략적 요인들을 바탕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이런 정책 변화는 시진핑 국가주석 아래서의 중국 정책들 때문”이라며 시 주석을 직접 겨냥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인도 국경지대에서의 무력 충돌, 호주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베이징의 행동들은 ‘하드 파워’ 혹은 ‘난폭한 파워(harsh power)’로의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제 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중국의 결심을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에 대해서는 “심하게 이데올로기적이지만 감정적이지 않다”, “경제학에는 지독하게 관심이 없다”는 등의 혹평을 내놨다.
캠벨 조정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 대면회의를 추진한다는 사실도 알렸다. 그는 “올가을에 중국 견제를 위한 인프라 전략을 주제로 대면회의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3월 화상 형식으로 첫 쿼드 정상회의를 진행한 데 이어 대면회의로 4개국 간의 밀착을 더 강화하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쿼드에 대해 매우 야심이 있다. 쿼드는 가입이 제한되는 소수만의 단체(fancy club)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우리와 공조하고 싶은 국가들이 있다면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는 “현재 쿼드를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했지만 향후 쿼드 참여국을 늘려 대중국 전선을 넓힐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캠벨 조정관은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사회의 운영 시스템이 중국에 의해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과 한국, 호주, 유럽 국가들이 여러 방식으로 이 운영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동맹국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을 언급한 것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