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물류, 유통, 금융 기업들 이스타항공에 입찰 참여할 듯 물밑에선 이스타항공 몸값 높이기
예를 들어 우선매수권자(스토킹호스 방식)가 된 A기업이 인수가격으로 1000억 원을 써냈다고 해보겠습니다. 이후 법원은 입찰 공고를 내서 공개 매각을 진행합니다. 다수의 이스타항공 인수 희망자들이 입찰에 참여합니다. 그런데 입찰에 참여한 B라는 기업이 A기업 보다 높은 1200억 원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 통상의 입찰에서는 B기업이 낙찰을 받지요. 하지만 A기업에게 우선매수권을 줬기 때문에, 법원이 A기업에게 한 번 더 묻습니다. “B라는 기업이 1200억을 써냈는데, 1200억 원 이상으로 금액을 맞출 수 있겠느냐”고 말이죠. A기업에게 생각할 시간을 일주일 정도 준다고 합니다. 이어 A기업이 1200억 원을 맞추겠다고 하면 A기업이 인수를 하게 되는 것이고, A기업이 포기를 하면 B기업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게 됩니다.
● 이스타항공에 관심 갖는 기업은?
그렇다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우선매수권 지위를 획득한 A기업 말고 또 누가 이스타항공에 관심을 가질까요? 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스타항공에 참여를 희망하는 곳은 10여 곳이 넘는 걸로 알려집니다. 해운 및 물류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H와 S사, 금융업을 하고 있는 O사, 종합물류업체 K사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식료 및 골프 사업 등을 하고 있는 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티저(일종의 인수제안서) 등을 받아갔다는 말도 들립니다.
● 이스타항공 몸값을 높여라!
이스타항공의 공동관리인인 정재섭 관리인은 24일 “매각우선권자가 결정되고 이스타항공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 4곳 정도를 만났다. 인수 흥행을 통해서 매각가를 올리기 위함”이라며 “매각 가격이 높아야 이스타항공에 대한 채권자들이 최대한 많은 채무를 변제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스타항공 매각대금은 크게 3곳에 쓰이게 됩니다. 첫째는 공익 채권입니다. 체불임금 및 퇴직금 등인데요. 이 공익 채권을 갚는데 가장 먼저 쓰입니다. 두 번째는 회생담보권입니다. 공익채권 다음으로 갚아야 하는 돈인데, 회사가 건물이나 부동산 등을 담보로 빌린 돈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스타항공은 사옥이나 땅이 없어서 담보로 빌린 회생담보권이 없습니다. 세 번째는 회생채권입니다. 항공기 리스료와 공항사용료, 항공 유류비, 카드회사들이 받아야 하는 채무 등입니다. 인수 대금 중 공익채권과 회생담보권 등에 쓰인 뒤 남은 돈은 이 회생채권을 갚는데 쓰입니다. 정 관리인이 매각가격을 높이려고 하는 배경에는 채권자들의 채무를 최대한 많이 갚아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습니다. 그는 “받아야 하는 돈을 다 못받게 되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이스타항공 관리인으로서 채권자들로부터 변제와 관련한 동의를 100%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 노하우, 인재 갖춘 매력적인 매물
물론, 이스타항공의 악화된 경영 상태를 다시금 회복 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운항을 시작하더라도 당분간은 재무 상태가 급격하게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이스타항공을 차지할 지는 6월 14일 이후에 윤곽이 드러날 겁니다. 지금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인수 이후 다시 비행을 하기 위한 운항증명(AOC) 준비 작업에 한창입니다. AOC는 항공사가 인력과 시설, 장비, 운항 능력 등 안전운항체계를 갖췄는지 점검하는 과정입니다. 지난해 3월부터 운항을 전면 중단했기에 AOC 자격을 다시 받아야만 재운항을 할 수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AOC 발급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습니다. 하루 빨리 이스타항공 비행기가 하늘로 다시 떠오를 수 있길 바랍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