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어제 세종시 이전 기관 공무원 등에 대한 아파트 특별공급(특공)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직원들의 특공 혜택을 노리고 불법적으로 세종시 청사 신축을 추진했다는 ‘유령청사’ 의혹의 후속 조치다. 관평원뿐 아니라 실제 세종시에서 제대로 근무하지도 않은 정부부처, 공공기관, 일부 민간기업 직원들까지 특공 혜택을 받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더 이상 이 제도를 유지할 명분이 없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고위 당정청은 “특공 제도가 세종시 정주여건 개선 등 당초 취지를 상당 부분 달성했고, 지금 상황에선 특공 제도 유지가 국민이 보기에 과도한 특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다음 달 중 정부가 관련 규정을 고치면 2010년 만들어진 세종시 특공 제도는 사라지게 된다. 폐지 결정에는 특히 민주당 측 요청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임직원들이 신도시 개발 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를 한 데 이어 ‘공무원 특공’ 논란까지 장기화하면 성난 부동산 민심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조치로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이 확정된 중소벤처기업부, 특공 기간이 남아있는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직원 수천 명이 특공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10여 년간 세종시에서 분양된 아파트 11만7800채 중 4분의 1인 2만6163채를 이미 공무원 등이 특공을 받아 소유하고 있다. 작년 세종시 아파트 값이 37.05%나 올라 각자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 ‘특공 재테크’에 끼지 못한 공무원들 사이에선 ‘벼락거지’가 됐다는 한탄까지 나온다고 한다. 일반인들이 100 대 1이 훌쩍 넘는 청약 경쟁을 하는 동안 특공 대상들은 4∼5 대 1의 낮은 경쟁으로 아파트를 쉽게 분양받아 무주택 서민들을 절망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