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동하는 뇌/히구치 나오미 지음·김영현 옮김/320쪽·1만5000원·다다서재
삶의 질을 현저히 저하시키는 증상을 겪은 저자의 병명은 ‘레비소체 인지저하증’. 뇌 신경세포에 단백질 덩어리인 레비소체가 쌓이면서 발병하는 질환으로 일명 치매라고도 불린다. 저자는 기억력 저하, 시공간 인지 능력 저하, 언어력 감퇴 등 다양한 인지기능 장애가 동반된 이 병을 50세에 진단받았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오렌지만 한 크기의 거미가 진짜인지, 귀에 들리는 멜로디가 실제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인지 등 자신의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실재하는지 의심해야 하는 고통을 담담히 기록했다. 자신이 맞닥뜨린 고통의 순간들을 저자는 솔직히 털어놓는다. “이 세상에서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구별할 수 없다. 나 자신을, 내가 보는 세계를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 병환이 심해진 그는 결국 직장을 그만뒀다. 그러곤 자신은 어떤 방식으로도 쓸모없는 사람이 됐다는 처절한 자기혐오에 휩싸인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