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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최초 원소명은 연금술 기호와 닮았었다

입력 | 2021-05-29 03:00:00

◇원소의 이름/피터 워더스 지음·이충호 옮김/464쪽·1만8000원·윌북




수소는 H, 산소는 O, 질소는 N…. 학창 시절 화학 시간에 줄기차게 원소 주기율표를 외웠다. 그땐 무작정 외우기만 했는데 문득 이 암호 같은 원소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궁금하다.

원소명은 대개 그리스어나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화학 명명법 개혁’이 계기다. 라부아지에 등 당대 화학자들은 “현대어는 서로 달라 일률적으로 이름을 정하기 힘들다”며 이미 사어(死語)가 된 그리스어, 라틴어에서 원소명을 따왔다. 예를 들어 나트륨(Na)은 라틴어 ‘natrium’에서 따왔다. 이는 이집트의 니트리아 지역 이름에서 유래됐다. 고대 이집트인은 이곳의 호수들에서 염 혼합물을 채집해 세탁, 방부 처리, 의약품 제조에 사용했다. 이 염을 가리키는 이집트어 단어는 로마자로 ‘ntr’로 표기되는데 이후 nitron(그리스어)과 nitrum(라틴어)으로 변형됐다.

라부아지에 등이 원소 기호를 정하기 전에는 사물에 빗댄 원소 표시법이 쓰였다. 중세 연금술사들이 사용한 기호였다. 예를 들어 원소 기호 Au인 금(라틴어 aurum)은 원으로 표시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고 광채를 발하는 모습이 태양과 비슷하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원소 기호 Ag인 은(라틴어 argentum)은 자주 변색된다는 이유로 매일 모양을 바꾸는 달, 그중에서도 초승달로 표시됐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오래된 중세 필사본까지 두루 뒤졌다. 종교, 신화와도 얽힌 화학 원소명의 유래가 궁금하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