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바다에 구명보트 띄우는 법/오렌지나무 지음/264쪽·1만4800원·혜다
모든 우울증 환자가 스스로 삶을 내려놓지는 않지만 일부는 자기 의지로 삶에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저자는 살면서 여러 번 삶을 마감하려고 했다. 우울증 경력 20년, 은둔형 외톨이 경력 7년, 자살 시도 경력 10년….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우울증과 싸우면서 써내려간 기록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언제 스스로 삶을 포기할지 자신도 모르기 때문이다.
희망은 있다. 우울증 치료제와 상담 치료 등 현대 의학은 우울증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효한 도구와 우울증에 관한 지식을 발전시켜 왔다. 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일반인도 쉽게 우울증에 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책도 여러 권 나와 있다.
책의 많은 부분을 약물과 의료진의 개입 없이 홀로 우울증과 대면하며 효과를 본 방법에 할애했다. 몇 가지만 소개하면 마트에서 물건 세 가지 사오기, 도서관 산책하기, 생각 없이 무료 영화 돌려 보기,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 수강하기 등이다. 우리 사회는 우울증에 관해 잘 이야기하지 않는 분위기인데, 저자는 우울증에 관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우울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덧붙여 우울증 환자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가족이나 친구가 할 수 있는 실천에 관해서도 조언했다. 개입하되 적당한 선을 지키며 자신의 마음 건강도 챙길 것. 주변 사람이 해야 할 바다.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 살고 싶은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가족에 대한 살인”이다. 죽은 사람의 고통이 유가족과 남은 지인들에게 전가될 뿐 고통은 사라지지 않기에 우리는 살아야 한다. 죽는 순간까지 삶을 누릴 것, 인간 된 도리다.
손민규 예스24 인문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