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의 미국/로버트 B 졸릭 지음·홍기훈 옮김/812쪽·3만2000원·북앤피플
그러나 그를 시장의 힘을 절대시한 신자유주의자로만 규정하기는 힘들다. 2003년 미 정부의 농업보조금을 옹호한 데서 알 수 있듯 국내 정치지형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로 단번에 돌아서는 실용주의 노선을 고수했다. 좀 삐딱하게 보면 소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가까운 태도라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그런 그의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졸릭은 책 서두에서 현실주의 외교 대가인 헨리 키신저를 미국의 기를 꺾은 냉소주의자로 비판하고 있다. 키신저는 “미국인들은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 보기에 미국 외교정책이 과도한 개입과 후퇴를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졸릭 관점에서 미국 외교는 인위적 관습과 추상적 개념, 도그마를 거부한 이른바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추구해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이런 관점에서 졸릭은 중국의 부상과 트럼프의 동맹 방기가 동북아 역내 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 방향은 주변국들의 중국 수용 혹은 핵 억제력 개발의 두 가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예상이다. 졸릭은 트럼프 외교를 비판하며 다소 희망 섞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나는 미래의 세계질서를 형성할 미국의 역량이 트럼프나 그의 비판자들이 믿는 것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