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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돌풍, ‘태풍’ 되나…조직력·경선룰·중진 단일화가 변수

입력 | 2021-05-29 05:17:00

이준석 "민심과 당심, 모두 내게 호감 보여"
약한 조직력 문제?…'입담'으로 이겨낼 수도
소장파, '경선룰'에 문제 제기…李, 호재 될까
나경원-주호영, 단일화?…"가능성 배제 못 해"




국민의힘 당 대표 본경선에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홍문표 의원, 조경태 의원이 올랐다. 5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은 28일부터 본격 경쟁에 돌입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독보적인 1위로 예비경선을 통과한 가운데 모든 이목은 ‘이준석 돌풍’이 ‘태풍’으로 확장될 수 있는가에 쏠린다. 변수는 ‘조직력’ ‘경선 룰’ ‘중진 후보의 단일화’다.

黨心도 이준석 따랐다…남은 건 ‘조직의 힘’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6~27일 당원 선거인단 50%·일반 국민 50%를 상대로 실시한 예비경선 여론조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은 41%로 1위를 기록했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분리해서 살펴보면 이 전 최고위원은 51%로 1위로 나타났으며 ▲나 전 의원 26% ▲주 전 원내대표 9% ▲홍 의원 5% ▲조 의원 3% 순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당원조사다. 나 전 의원은 32%의 당원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차지했고 ▲이 전 최고위원 31% ▲주 전 원내대표 20% ▲조 의원 6% ▲홍 의원 5% 순이었다. 당심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는 당 안팎의 전망과 달리 이 전 최고위원은 1%포인트라는 매우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다.

이 전 최고위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심과 민심 모두 저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선거가 혼탁해지는 모양새인데 네거티브 없이 비전과 미래로 승부하도록 공정 선거를 위해 경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경선은 당원 선거인단의 투표 반영 비율이 70%로 올라가는 만큼 조직력을 갖추는 게 핵심이다. 이 전 최고위원이 가장 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유승민계’로 분류되며 중진 후보들의 공격을 받았다. 그러나 현재 유승민계는 이 전 최고위원이 “상상 속의 거대 조직(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이라고 정의했을 정도로 세가 약하다.

본인 조직 역시 내세울 만한 수준이 못 된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세 번의 총선에서 단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해 ‘0선 중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다만 앞으로의 토론회에서 그의 ‘입담’이 주목받을 경우 부족한 조직력을 상쇄할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필요한 당대표의 조건은 대권 후보 흡입력, 이에 더해 중도 확장성이다. (중도층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확장할 수 있다는, 변화된 이미지를 갖춰 나갈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 전 최고위원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경선룰’ 경쟁도 본격화…“역선택 방지+호남·2030 비중”

일반 국민과 당원을 각각 50%씩 반영한 예비경선(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뒤 경선룰 논쟁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본경선에 무난하게 오를 것으로 보이던 초선 김웅 의원은 물론 김은혜 의원까지 미끄러지며 소장파 의원들의 동요가 커진 모습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웅 의원은 호남 출신이고, 김은혜 의원은 2030 세대의 지지가 높은 편이다”며 “(두 의원의 컷오프는) 호남, 2030 세대 배제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지역별 최소할당 비율을 정했으면 이 두 명은 본경선에 진출했을 거다”고 덧붙였다.

유경준 의원은 이미 수차례 경선룰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27일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절차의 투명성과 과정의 공정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유 의원은 선관위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책임 당원’에서 ‘당원 선거인’ 기준으로 변경하며 호남과 2030 세대의 의사를 축소했다고 비판했다.

소장파 의원들은 오는 29일께 경선룰에 관한 의원총회를 열 방침이다. 해당 의총에서는 본경선 여론조사의 ‘역선택 방지 문항’ 적용 여부와 함께 당원 투표의 청년·호남 비중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주호영, 손 잡을까?…물밑서 결단 촉구하는 野중진들

나경원 전 의원과 주호영 의원의 단일화는 현재 판세에서 가장 큰 변수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는 “경륜 없는 어린 정치인이 대표가 되면 대통령 선거를 치르기 힘들다”는 우려와 함께 “지지율이 낮은 후보(주 의원)가 사퇴하는 방식으로 물러나 표를 모아야 한다”는 조언까지 이어진다.

김웅, 김은혜 의원의 컷오프로 0선·초선의 단일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상황에서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한 더 큰 견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의) 단일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 전 최고위원은 결국 유승민계다. 그가 대표가 되면 당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대선도 망칠 수 있다는 걱정이 핵심 당원들 사이에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나 전 의원과 주 의원이 영남 핵심 당원의 표를 나눠 갖고, 이 전 최고위원이 중도·개혁파 당원의 표를 장악하면 이 전 최고위원이 근소하게 앞서는 지지율로 당선될 수도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단일화는 아니더라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둘 중 한 명이 사퇴하는 방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진의 단일화가 ‘이준석 돌풍’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이 전 최고위원의 초반 지지율이 ‘인기 투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치판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작은 바람을 태풍으로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그가 대단해서 나온 게 아니라 나 전 의원, 주 의원에 그들의 ‘시대는 가고 있다’는 메시지”라며 이 전 최고위원의 지지율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