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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다단계·허위’ 판치는 코인 사기…“끝까지 가서야 피해 깨달아”

입력 | 2021-05-29 08:17:00

© News1 DB


“8000만원 상당 사기를 당했다. 다른 사람도 사기를 당했는데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단서가 없고 피해 규모는 추정조차 할 수 없다.”

암호화폐 투자자 이모씨는 최근 ‘리플’ 코인 관련 사기를 당했다. 리플의 공식채널처럼 꾸민 유튜브 채널의 ‘무료 코인 지급(에어드롭)’ 이벤트에 접속한 것이 화근이었다. 해당 방송은 시청자가 준비된 코인 지갑에 리플을 먼저 넣으면 추후 추가 리플을 무료로 준다고 안내했다.

이씨는 이 방송의 구독자가 40만명이고 당시 수만명이 시청 중이었며 다른 코인들도 에어드롭을 마케팅 수법을 많이 활용하기 때문에 의심없이 리플을 건넸다.

뒤늦게 사기임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11만5000리플을 보낸 뒤였다. 그의 결혼자금이자 전재산이었다. 돌려받으려 해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집단 고소도 생각했으나 전국에 흩어진 피해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경찰에게서 “마음 비워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허탈한 심정이었다.

이씨는 뉴스1에 “3월 30일 이후 ‘테슬라 뉴스’에서도 사기가 속출했다고 한다”며 “사기 주체가 누군지 몰라 고소도 하기 어려우니 답답한 심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달 중순엔 ‘진도지코인’ 개발자가 전체 물량의 15%를 한꺼번에 매도해 가격이 무려 97% 나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개발자는 홈페이지와 트위터, 텔레그램 대화방을 모두 폐쇄한 후 잠적했다.

그간 모은 알바비 225만원을 진도지코인에 투자한 취업준비생 김모씨는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고 했다. 도무지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거래 차트를 보며 잠시 희망을 걸지만 피해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포기해야 할 것만 같다.

코인 거래소 자체가 사기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비트바이’라는 거래소는 대형 거래소 ‘바이비트’의 이름을 뒤집은 허위 거래소다. 8시간 마다 펀딩비 명목으로 0.5%의 이자를 주는 구조로 ‘부업의 여신’ ‘미나코인’ 등의 유튜브 계정으로 대대적인 홍보도 했다.

이 거래소는 수익을 받으려면 ‘매도’ 버튼을 누르게 한 것이 특징인데 이는 투자자들이 더 큰 수익을 올리기 위해 돈을 빼지 않고 버튼을 누르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이 거래소는 10일 돌연 폐쇄했으며 어떠한 홈페이지도 남아 있지 않다. 피해자민 수백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단계 형태의 코인도 여전히 기승이다.

하지만 보상 방법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 있어 사기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뿐더러 해외에 있는 ‘먹튀꾼’은 잡기가 쉽지 않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거래소에 가입하거나 코인을 얻기 위해 돈부터 요구하면 조심해야 한다”면서도 “그렇지만 결국 끝까지 가봐야 사기인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을 다시 거론한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피해자 상당수는 고점에서 물린 사람”이라며 “이상한 것은 이상한 것인줄 알아야 하는데 상당수 투자자가 사기꾼이 도망가고 나서야 사기 당한 사실을 깨닫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홍 교수는 코인 판을 시한폭탄에 비유할만 하다면서 결국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이 무척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코인 사기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코인 거래소와 은행이 실명확인입출금계좌 발급을 위한 계약을 마치는 9월 24일이 지나야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하고 있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개 대형 거래소 외에 새로 계약을 할만한 거래소는 기대하기 힘들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금법이 시행되는 9월24일까지 거래소 사기가 방조 상태에 놓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연도별 암호자산 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집계된 관련 범죄 피해액은 1조7083억원에 이른다. 이중 지난해 사기·유사수신·다단계 등으로 적발된 건은 333건으로 2018년 62건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