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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괴롭히는 꽃의 비밀, 샅샅이 밝혀낸 역작[책속으로]

입력 | 2021-05-29 16:19:00

‘꽃가루 알레르기 도감’ 펴낸 서정혁 이비인후과전문의






[지호영 기자]


“이비인후과 의사로 일하며 오랫동안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봐왔습니다. 병원에서 검사하면 개암나무, 피나무, 딱총나무, 왕포아풀, 오리새, 소리쟁이, 창질경이, 큰조아재비 등 이름부터 낯선 식물이 원인인 경우가 참 많았죠. ‘내가 식물에 대해 잘 안다면 환자에게 좀 더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서정혁 이비인후과 전문의 얘기다. 서씨 말처럼 의사는 식물에 대해 잘 모른다. 반대로 식물학자는 알레르기 환자의 임상 증상에 대해 알기 어렵다. 이러한 ‘미스매치’로 고통받는 건 결국 환자다.

서씨는 사진전을 수차례 개최했을 만큼 실력 있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취미로 새와 꽃 사진 등을 찍다 문득 알레르기 유발 식물을 집중적으로 촬영해 도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후 거의 매일 아침, 병원 출근 전 집 근처 수목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2500여 종에 이르는 풀·나무·꽃 모양을 관찰하고, 명패를 읽으며 이름과 특징 등을 마음에 새겼다. 수목원 안에 있는 알레르기 유발 식물 사진을 모두 찍은 뒤에는, 본격적으로 산과 들 촬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어요. 이름만 들어봤지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지 정보가 전혀 없는 식물을 발견하는 게 제법 어려웠거든요. 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꽃이 피어 있는 시기가 그리 길지 않아요. 개화 시기에 맞춰 현장에 가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평일은 병원에서 환자 진료를 해야 하니까, 주말에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하면 꼼짝없이 다음 해를 기약하며 촬영을 포기하곤 했습니다.”

서정혁 지음, 국립세종수목원 감수, 동아일보사, 456쪽, 4만9000원


서씨가 최근 출간한 ‘꽃가루 알레르기 도감’은 이 작업의 결과물이다. 서씨는 “도감 제작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목초나 잡초의 경우 모양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혹시라도 틀린 내용이 책에 실릴까 걱정됐다. 출간 전 국립세종수목원 전문가분들 감수를 받으며 이 부분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게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바람은 이 책이 식물 알레르기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의사, 환자들에게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어떤 식물이 어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그 식물이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기에 자라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사진과 함께 충실히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용 가치가 충분하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자라나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 목초와 잡초 사진이 가득 담겨 있어 마음의 평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힐링 서적’ 구실도 톡톡히 할 전망이다.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268쪽, 1만4000원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김호연 작가의 신작. 서울 용산구 청파동 골목에 있는 한 편의점을 무대 삼아,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렸다. 노숙인 출신 편의점 알바생 ‘독고’의 인생 스토리, 서울에서도 유서 깊은 동네로 손꼽히는 청파동에 대한 생생한 묘사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