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알레르기 도감’ 펴낸 서정혁 이비인후과전문의
[지호영 기자]
“이비인후과 의사로 일하며 오랫동안 꽃가루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봐왔습니다. 병원에서 검사하면 개암나무, 피나무, 딱총나무, 왕포아풀, 오리새, 소리쟁이, 창질경이, 큰조아재비 등 이름부터 낯선 식물이 원인인 경우가 참 많았죠. ‘내가 식물에 대해 잘 안다면 환자에게 좀 더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곤 했습니다.”
서정혁 이비인후과 전문의 얘기다. 서씨 말처럼 의사는 식물에 대해 잘 모른다. 반대로 식물학자는 알레르기 환자의 임상 증상에 대해 알기 어렵다. 이러한 ‘미스매치’로 고통받는 건 결국 환자다.
서씨는 사진전을 수차례 개최했을 만큼 실력 있는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취미로 새와 꽃 사진 등을 찍다 문득 알레르기 유발 식물을 집중적으로 촬영해 도감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후 거의 매일 아침, 병원 출근 전 집 근처 수목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2500여 종에 이르는 풀·나무·꽃 모양을 관찰하고, 명패를 읽으며 이름과 특징 등을 마음에 새겼다. 수목원 안에 있는 알레르기 유발 식물 사진을 모두 찍은 뒤에는, 본격적으로 산과 들 촬영을 시작했다.
서정혁 지음, 국립세종수목원 감수, 동아일보사, 456쪽, 4만9000원
서씨가 최근 출간한 ‘꽃가루 알레르기 도감’은 이 작업의 결과물이다. 서씨는 “도감 제작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지만, 목초나 잡초의 경우 모양이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혹시라도 틀린 내용이 책에 실릴까 걱정됐다. 출간 전 국립세종수목원 전문가분들 감수를 받으며 이 부분에 대한 염려를 내려놓게 됐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의 바람은 이 책이 식물 알레르기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알고자 하는 의사, 환자들에게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것이다. 어떤 식물이 어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그 식물이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기에 자라나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사진과 함께 충실히 소개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실용 가치가 충분하다. 동시에 우리나라에서 자라나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 목초와 잡초 사진이 가득 담겨 있어 마음의 평화를 원하는 사람에게 ‘힐링 서적’ 구실도 톡톡히 할 전망이다.
김호연 지음, 나무옆의자, 268쪽, 1만4000원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