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평화재단 · 서울대 IIA 공동 주최 ‘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미 관계’ 세미나
5월 24일 화정평화재단 · 21세기평화연구소와 서울대 국제학연구소(IIA)가 공동 주최한 ‘한미동맹 어디로-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미 관계’ 긴급 진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원대연 동아일보 기자]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서울대 국제학연구소(IIA)가 5월 24일 ‘한미동맹 어디로-한미 정상회담 이후의 남북미 관계’를 주제로 공동 주최한 긴급 진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내놓은 전망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미동맹으로의 정책 전환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 정부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중국의 반발과 북한의 도발 여부 등 합의 내용 후속 조치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中 반발, 北 도발 가능성”
다음은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에 가까이 다가선 내용에 대단히 놀랐다. 불과 두 달 전 한미 외교·국방장관 ‘2+2’ 회담까지만 해도 ‘한반도 비핵화’ 등 대단히 중요한 용어가 빠졌다. 그 후 한국 ‘줄타기 외교’의 끝이 어디일지 걱정하는 이도 많았다. 이번 정상회담 내용을 보면 너무 미국 쪽으로 가까이 간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한국 정부가 급선회한 배경은 ‘백신과 북한’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백신 공급에서 미국의 도움이 절실했다. 남북관계 개선에서는 미국 변수를 가장 크게 취급했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의 재임) 기간 남북관계는 현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공동성명에서 미국 측 초안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 비핵화인데, 구체적인 방법을 협의했다고 하기엔 미진한 부분이 많다.”
신성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번 정상회담을 보면 한국의 위상이 굉장히 높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대면 정상회담은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올해 미·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 길이는 영어 단어 기준으로 각각 약 2100개 단어, 2600개 단어였다. 미국과의 공동선언문 분량에서 한국이 일본보다 긴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역대 정상회담을 보면 항상 우리가 원하는 것이 많은 반면, 미국은 베풀 것이 많은 구조였다. 미국은 동맹 관리 차원에서 접근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내외 정책에서 한국의 중요한 역할을 기대한 것 아닌가 싶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 “외견상 동맹의 진화, 또 한미관계의 안정을 꾀한 것처럼 보이지만 몇 가지 유의점이 있다. 첫째, 우리가 미국에 많은 부분을 양보한 것으로 (회담 결과가) 나왔다. 특히 한미동맹, 중국 문제와 관련해 이것이 과연 지속가능할지 살펴야 한다. 둘째, 한국이 약속한 것과 얻어낸 것 간 등가성이 있느냐다. 셋째,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것이 얼마나 실질적 가치를 지녔는지 여부다. 즉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기대 효과가 있느냐는 것인데, 북한이 실제 대화에 나설지 의문이다. 마지막은 중국으로부터 역작용이 올 가능성이다.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근접했다. 대만해협을 거론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이렇게 큰 정책 전환을 하면서 회담 전후에 별다른 설명이 없었다. 일단 한미동맹은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1년은 쉽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이 과연 우리가 견인하는 경로 어디까지 와줄지 의문이다.”
“‘북한 비핵화’ 협의 부족”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한미동맹 관계의 방향성에서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 혹은 초월적 외교에 비해 (미국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북한 관련 내용은 3가지 단어에 주목한다. 인권, 제재, 억제다. 이번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대화에 응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 버티기에 돌입해 힘겨운 정면 돌파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대북제재·압박을 버티고 국제 정세를 벼랑 끝으로 몰수록 미국은 더 합의하고 양보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언제 어느 수준으로 도발하느냐가 문제다. 최근 미국은 동맹을 더욱 중시하는 가운데 동맹국에 ‘지분 나누기’를 하고 있다. 동맹국에 책임과 비용을 지우면서도 그만큼 지분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특히 기술 분야의 지분 나누기에 한국이 동참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1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