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단장 "김태균과 함께 뛴 건 나에게도 영광" 김태균 "한화 팬들 덕분에 더 나은 김태균 됐다"
한화 이글스의 영원한 52번, 김태균(39)이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몇 번이나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북받치는 감정은 숨길 수 없었다.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끝난 뒤, 김태균의 은퇴식 겸 영구결번식이 시작됐다.
이날 은퇴 경기 선수를 위한 특별 엔트리 제도로 1군에 등록,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하며 통산 2015번째 경기를 마무리한 그를 위한 자리였다.
처음과 같은 마무리, 그러나 그 사이 김태균의 존재는 놀랄 만큼 커졌다.
2001년 한화에서 프로에 뛰어는 김태균은 KBO리그 대표 우타자가 됐다. 지난해 은퇴 전까지 안타 2209개로 우타자 부문 1위, 역대 3위에 이름을 올렸다. 2루타 역시 399개로 우타자 1위, 역대 5위다. 최다루타 역시 3557루타로 우타자 1위, 역대 4위에 해당한다.
2016년 8월7일 NC 다이노스전부터 2017년 6월3일 SK 와이번스전까지 86경기 연속 출루로 한·미·일 프로야구 최다 경기 연속 출루의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구단은 현역 시절 김태균이 달고 뛴 등번호 52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김태균은 더그아웃 앞에 도열한 선수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뒤 그라운드에 섰다. 지난해 김태균과 함께 은퇴한 윤규진, 송창식, 최진행, 김회성도 깜짝 방문해 김태균과 나란히 섰다.
팀 선배이자 코치였고, 구단의 또 다른 영구결번 주인공이기도 한 정민철 단장은 헌정사를 통해 “긴 시간을 함께 해주고 이겨내줘서 동료로서, 선배로서, 고마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한화 간판타자를 넘어 국가대표 4번 타자로 성장해나가는 그를 보고 느낀 건 재능에 안주하지 않고 늘 야구를 진지하게, 진심으로 대한다는 거였다. 선배였던 나도 그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 노력의 대가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였다”고 ‘타자 김태균’을 떠올렸다.
정 단장은 “태균아, 너와 함께 뛰고 너의 경기를 보는 건 나에게 큰 영광이었고 특권이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축하한다. 이글스의 영광을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자”며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정 단장이 마이크를 김태균에게 넘지자, 경기장은 관중들의 목소리로 가득찼다. 관중들은 박수 소리에 맞춰 “땡큐 TK”라는 구호를 연달아 외치며 팀 레전드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내가 방망이를 처음 잡았던 30년전 한화는 나의 첫 꿈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런 팀에 지명 받아 선수 생활을 했고, 많은 관중들, 팬들 앞에서 내 야구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고마웠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또 다시 울컥한 김태균은 “긴 시간 동안 우리 한화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내 존재가 더 빛났다. 한화 팬들은 나에게 큰 존재였다. 우리 팬들은 나를 언제나 자랑스러워해줬고, 아껴줬다. 팬여러분이 있었기에 더 나은 김태균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팬들을 향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태균은 한화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지만, 끝내 우승에 대한 한은 풀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마지막 남은 아쉬움을 남은 후배들에게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태균은 “사랑하는 후배들, 형의 아쉬운 한부분을 꼭 채워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항상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형이 항상 응원할게”라며 진심을 꺼내놨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큰 선물이 만들어졌다.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영광을 누리게 됐다. 많은 팬들과 구단에 정말 감사드린다”며 “지금까지 한화 선수로 많은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고 살겠다”고 약속했다.
구단은 ‘52번’이 새겨진 대형 조형물을 공개했다. 하늘에선 화려한 불꽃놀이와 드론쇼가 펼쳐졌다.
이어 10개 구단 대표 선수들의 응원 메시지가 전광판을 통해 흘러나왔다. 지금은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도 “땡큐 TK”를 외쳤다.
김태균은 자신의 응원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 그라운드에서 들을 수 있는 마지막 응원 속에 1루를 지나 2루, 3루를 거쳐 관중들과 인사한 김태균은 홈에서 동료들의 헹가레를 받았다.
그렇게 김태균은 그라운드를 떠났다. 김태균의 등번호 52가 새겨진 붉은 유니폼을 입은 동료들은 김태균의 뒷모습을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대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