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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총리, 24세 연하 약혼녀와 ‘기습 결혼’…“참모도 몰라”

입력 | 2021-05-30 18:04:00


29일(현지 시간) 오후 1시 반. 영국 런던 중심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성당 측은 갑자기 관람객들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30분 뒤인 오후 2시 한 고급 리무진이 성당 앞에 도착했다. 차에서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내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7)의 약혼녀 캐리 시먼즈(33)였다. 존슨 총리와 시먼즈는 이날 깜짝 결혼식을 올렸다.

영국 더선은 “영국의 현직 총리가 재임 중 결혼한 것은 1822년 로버트 젱킨슨 총리(당시 52세) 이후 199년 만”이라며 존슨 총리의 결혼식을 보도했다. 결혼식에는 존슨 총리와 시먼즈 외 지인 30명 만 참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결혼식 참석자는 30명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존슨과 시먼즈는 서약서를 읽고 키스를 나눈 후 바로 결혼을 선언했다. 당시 시먼즈는 웨딩베일도 쓰지 않았다고 더선은 전했다.

영국 언론들은 ‘기습적이고 은밀한 결혼’이라고 보도했다. 존슨 내각과 총리실 고위직 참모들조차 존슨의 이날 결혼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존슨 총리가 지인들에게 내년 7월 30일 결혼식을 올린다고 알렸다는 내용이 보도되는 등 내년 결혼설이 유력했다.

총리실은 기습적으로 결혼이 이뤄진 이유에 묵묵부답으로 일관 중이다. 제1야당인 노동당 소속 존 크리켓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존슨 총리의 최측근이었던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의 폭로,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총리 관저 리모델링 비용 출처가 논란인 가운데 결혼식은 나쁜 소식을 묻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11일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권력욕이 강한 시먼즈가 ‘퍼스트레이디’로 참석하기 위해 결혼을 서둘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더선은 전했다.

유력지 인디펜던트 창간인의 딸인 시먼즈는 존슨 총리가 2012년 런던시장 재선에 도전할 때 홍보 책임자로 영입돼 보수당 홍보본부장을 지냈다. 2019년 7월 존슨 총리와 함께 총리 관저에서 동거를 시작했고 지난해 4월 아들을 낳았다. 시먼즈는 존슨 내각 실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리 케인 총리 공보담당자, 커밍스 전 수석보좌관 등도 시먼즈와의 권력다툼에서 패해 물러났다고 텔레그래프 등은 전했다.

존슨 총리의 결혼은 이번이 세 번째다. 그는 1987년 옥스퍼드대 동급생인 알레그라 모스틴오언과 결혼했지만 변호사 마리나 휠러와의 불륜으로 1993년 이혼했다. 이후 휠러와 재혼해 2남 2녀를 뒀지만 2018년부터 별거했고 지난해 이혼했다. 그는 2009년 미술평론가와의 혼외관계에서 딸을 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