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지역에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2021.04.27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정부의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대규모 공공택지 11곳 가운데 지구 지정을 마친 곳은 서울 영등포 쪽방촌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LH사태로 신규 택지 발표는 연기됐고, 역세권과 저층 주거지를 개발하는 도심복합개발은 관련법 개정안조차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 값은 매매, 전세 모두 상승폭이 커졌다. 자칫 정부의 택지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가뜩이나 오른 집값이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5·6대책과 8·4대책을 통해 수도권 공공택지 11곳에서 약 4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1000채 이상 대단지인 데다 서울 도심 또는 인근 지역이어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나도록 사업 추진의 첫 관문인 지구 지정을 마친 곳은 영등포 쪽방촌 1190채가 전부인 상태다. 계획 물량의 3%에 불과하다.
태릉골프장은 1만 채 규모로 서울의 최대 공공택지로 꼽힌다. 정부는 상반기 중 지구지정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녹지보존 등을 주장하는 주민 반대에 부딪혀 하반기로 연기됐다. 4000채 규모의 정부과천청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민들은 청사 개발을 적극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투표까지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지난해 6월 둘째 주부터 지난주까지 40주 연속 올랐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해 증여나 상속하는 사례가 늘면서 매물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다 택지 공급마저 무산되면 집값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 정부는 택지 공급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고 주민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 예상치 못한 문제로 공급하기 어려운 곳이 있다면 대체 택지를 찾을 수도 있다. 서울시도 국민 주거 문제를 놓고 정치적 득실을 따진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공공 택지 공급을 미루기보다 민간 공급 활성화와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