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의 갈등이 고조되던 지난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시진핑 총서기(General Secretary)”라는 표현을 썼다.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라는 의미가 강한 국가주석(President) 대신 총서기라고 호칭해 공산당의 수장이라는 측면을 부각한 것. 여기엔 중국 정부와 국민을 분리해서 대응하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미 정부가 중국의 명칭을 China 대신 PRC(People’s Republic of China)로 쓰기 시작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어제 “우리의 국호, 그것은 절세위인들께서 안겨주신 영원한 긍지”라며 국호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북한 정권이 미 정부의 국호 표기 관련 조치를 북한에 대한 배려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중국의 전례와 조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기조에 비춰보면 북한이 마냥 반길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 정권은 DPRK로, 주민을 포함한 북한 전체는 North Korea로 구분해 주민에 대해선 유화적 자세를 취하더라도 정권의 인권침해, 핵개발 등은 계속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김씨 일가가 3대째 집권 중인 북한, 공산당 일당 지배 체제인 중국 모두 국호에 인민공화국이 들어가 있다. 루마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의 영향 아래 있던 시절 국호에 인민공화국을 붙였지만 현실에서 인민은 탄압받는 존재였을 뿐이다. 누가 국호를 지었고 미국이 어떻게 표기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북은 국호에 들어있는 공화주의와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를 받아들여 주민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길로 가야 한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