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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호들갑이야?”[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입력 | 2021-05-31 03:00:00


최근 한미 정상회담 때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6·25전쟁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나란히 입장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수상자인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 입장 절차에서부터 수상자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한다. 수여식에 참석한 한국 대통령도 퍼킷 대령과 포옹하며 기념촬영을 함께했다. 사진 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워싱턴 특파원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 명예훈장 수여식에 참석한 것입니다. 한국에선 다른 더 큰 방미 이벤트에 가려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미국에서는 이 행사에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The moment was unusual because of who was there for the ceremony.”

“왜 바쁜 한국 대통령을 모셔다놓고 이런 행사에까지 참석하라고 하나”라고 생각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군인, 특히 참전용사에 대한 존경심이 하늘을 찌르는 미국에서는 외국 정상에게 베풀 수 있는 환대의 정점을 찍은 것입니다. 미 공영방송 NPR는 당시 현장을 중계하면서 “누가 그 행사 현장에 있었는지 때문에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누가’는 한국 대통령을 말하죠. 대통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한 것은 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It was a symbolic attempt at mending relationships that were frayed under Trump.”

정치전문 매체 액시오스는 “수여식에 한국 대통령의 참석이 결정된 순간부터 정상회담의 성공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미국이 중시하는 행사라는 거죠.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삐걱거렸던 한미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상징적인 시도”라고 합니다. 관계가 ‘삐걱거리다’ ‘원만하지 못하다’고 할 때 ‘fray’(모서리가 해어지다)라는 단어를 씁니다.

△“Why all the fuss? Can‘t they just mail it to me?”

한국에서 이런 훈장이나 상장 수여식이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일단 지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은 최대한 재미있게 꾸미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수여식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개그 본능을 발휘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는데요. 첫 폭소가 터졌던 순간입니다. 수상자인 94세의 한국전쟁 영웅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대령에게 사전에 수상 사실을 알리자 대령의 반응은 “왜 난리법석이지? 그냥 훈장을 우편으로 보내주면 안 될까?”였다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말을 한 것은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는 대령의 겸손한 태도를 알리고 싶은 의도였겠죠.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