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스나이퍼, ‘BK Love’로 돌풍
“팬데믹 끝나면 홍대앞 버스킹 꿈”

어린 두 아들의 아빠가 된 MC 스나이퍼. 아내, 아이들, 반려견을 다룬 ‘가족’(가제) 앨범도 올해 낼 계획이다. 기타 레슨을 받고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하며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비카이트 제공
“Back to the old school!(옛날식으로 다시 한번) 진짜 오랜만이네.”
이달 중순 40대 래퍼가 유튜브를 뒤집었다. 화려한 배경도 편집도 없이 저런 선언과 함께 시작한 곡 ‘BK Love’. 주인공은 MC 스나이퍼(본명 김정유·42). 임영웅, NCT 드림을 제치고 한국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정상을 찍었다.
“연인과 이별한 래퍼 친구와 제 옥탑방에서 한잔하다 뱉은 만취 프리스타일 랩이 뼈대가 됐죠. 당시 싸이월드 ‘파도타기’를 하다 영감 받아서 쓴 가사도 꽤 됐어요.”
싸이월드 부활(7월)을 앞둔 지금, 그를 그리는 이는 증가일로다. 급기야 11일 새 앨범 ‘Chronicles’를 냈다. 2002∼2004년 발표곡 14개를 엄선해 재해석한 작품. 방송 출연 대신 유튜브로 팬과 소통한다. 그의 채널은 구독자가 18만9000명을 넘었고,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중학생인데 형 랩이 좋다’ 등의 댓글에 사기충천해 옛 히트곡을 하나둘 다시 선보이다 앨범으로 묶어 내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 출신. 고교 졸업 후 상경해 언더그라운드에 투신했다.
“1990년대 후반 J(일본)힙합의 융성을 보며 결심했죠. ‘나는 K힙합, 스나이퍼 힙합을 만들어야겠다!’”
‘붓다 베이비’를 자처한 불교 세계관, 아쟁 등 국악기 활용, 사회 비판 메시지는 이색적이었다. ‘대한민국 코리아/돈이면 다 콜이야/그래서 이 꼴이야/모두가 감추는 꼬리야’(2004년 ‘Seoul Station’)라 일갈하던 랩은 돈 자랑이 필수가 된 요즘 힙합계와 대비된다.
신작에서 그는 옛 곡에 통기타, 피아노, 현악을 덧대 온화한 감성을 뿌린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동명 원곡에 전태일 열사의 사연을 얹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대표적이다.
마지막 곡 ‘대화’가 ‘저격이 형’이 겪은 변화를 대변하는 듯하다. 2004년 원곡에서 ‘힙합의 대안은 누가 제안해? 스나이퍼 당신입니다’라 뿜던 사자후 피날레는, 2021년 버전에서 ‘힙합은 빌어먹을 얼어 죽을 힙합!’으로 대체했다.
“요즘 발라드 가수 곽진언이 참 좋아요. 팬데믹이 끝나면 기타나 피아노 들고 홍익대 앞에서 버스킹을 하는 게 꿈입니다. 방랑자처럼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