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체제 전환 앞두고 협공… 文정부와 무관 ‘기본소득’에 집중 이낙연 “재원 방안 없으면 허구”, 정세균 “동화 나올법한 이야기” 여권내 “결선 투표 염두둔것” 분석
미술관 찾고… 시장 상인 만나고… 반려견 안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온 29일과 30일 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왼쪽부터 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을 찾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30일 경기 연천군 전곡 전통시장을 방문해 어르신과 포옹하고 있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를 방문해 반려견을 안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 뉴시스·이낙연 전 대표 및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자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한 다른 주자들의 집중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뿐만 아니라 박용진 이광재 의원 등도 ‘반(反)이재명’ 전선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이 지사의 대표적인 정책 브랜드인 ‘기본소득’을 1차 타깃으로 삼아 공세를 집중하고 있다.
○ 기본소득 놓고 ‘이재명 협공’ 본격화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이 전 대표다. 이 전 대표는 26일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재원 조달 방안이 없다면 허구”라며 기본소득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본소득에 대해 “엄청난 예산이 들지만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안 되고 그 반대라는 분석도 있다”며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게 똑같은 돈을 나눠 주면 양극화 완화에 도움이 될 리 없고 역진적”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기본소득만으로는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있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재정이 많이 들어 실현이 가능하겠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정 전 총리도 30일 유튜브 ‘정세균TV’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 전 총리는 “연 50만 원의 기본소득은 수령하는 입장에서는 월 4만 원 정도인 반면, 이를 위해서는 연 26조 원이 소요된다”며 “가성비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도 “‘기본소득 만능론’을 검증해야 한다”고 했고, 이 의원도 “쌀독은 누가 채울 것이냐. 결국 시범실시 정도로 후퇴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 이재명계 “제대로 공부 안 하고 공격만”
다른 주자들의 협공에 대해 이 지사 측은 오히려 “확실한 1위 주자니까 집중 공격 받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을 계속해서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다. 이 지사는 올 초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친문 핵심 인사들이 연이어 기본소득을 공격했을 때도 “한 분 한 분의 진지하고 소중한 의견을 접하며 많이 배우고 그에 따라 제 생각도 다듬어지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면서도 철회의 뜻을 내비치지 않았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기본소득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1등 공격만 하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이재명계’ 의원은 “1등이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에 견제가 들어오는 건 당연하다. 당내 후보들의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여권 내에서는 이 지사를 제외한 다른 주자들의 ‘반이재명’ 결집에 대해 “향후 결선 투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민주당 경선 규칙은 과반 표를 얻은 후보가 없으면 1, 2위가 최종 결선 투표를 하도록 되어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다른 후보들은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막아야 하는 공통된 목표가 있다”며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도 2위 대결을 벌이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결선 투표 진출자에게 표를 몰아 주는 연대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허동준 hungry@donga.com·최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