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대는 수도권 주택공급대책]도심 4만채 공급계획 ‘산 넘어 산’ “휴식공간-환경 훼손에 교통난도” 주민-지자체 반대에 일정 지연 용산 캠프킴은 토지정화에 발목 오세훈 시장, 재건축-재개발 주력… 공공택지 개발은 후순위 가능성 민간 재개발 흥행땐 찬밥 될수도
30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에 ‘개발 반대’를 외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곳은 지난해 7월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돼 첫발을 뗐지만 일부 주민이 여전히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1000채 이상 수도권 대규모 공공택지 11곳 중 영등포를 제외한 10곳이 지구지정이나 사업승인 등 사업 초기 절차도 마무리하지 못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과천 주민들이 “과천청사 땅은 주민 휴식 공간”이라며 “공급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종천 과천시장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주민들은 그런 김 시장의 대응이 소극적이라며 주민소환투표까지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투표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과천시와의 협의를 잠정 중단했다.
○ 주민-지자체 반대 부딪힌 공급대책
용산 캠프킴은 지난해 말 미군과 부지 반환에 합의했지만 토지정화 작업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다. 서울지방조달청의 경우 청사를 이전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잡지 못한 상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취임한 점도 변수다. 1000채가 넘는 도심 공공택지 11곳 중 서부면허시험장, 서울의료원 등 5곳은 시유지다. 오 시장이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에 무게를 두는 만큼 공공택지 개발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코레일이 소유한 용산역 정비창 부지 관련 인허가권도 서울시가 갖고 있다. 오 시장은 시장 당선 전 “용산은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택 중심 개발에 부정적인 셈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주민들에게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향후 추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 공공 주도 개발, 신도시 지정 사업도 지연
서울시가 발표한 재개발 규제 완화도 변수로 꼽힌다. 민간 재개발의 사업성이 높아지면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주민 동의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재개발사업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공공 주도 개발을 하려는 이유는 경제성과 추진 속도인데 민간 개발로도 충분하다면 굳이 공공의 간섭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공 주도의 공급 계획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는 사람이 늘면서 주택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이날 한국부동산원 부동산 거래 현황에 따르면 1∼4월 서울 주택 거래 중 증여는 13.5%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여 비중은 9.2%였다. 반면 이날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5월 월간 동향에서 서울의 매매가격전망지수는 112로 지난달 104보다 높아지면서 매수 심리는 강해지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공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 공급 대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높아진 전월세 가격이 매매가를 떠받치며 집값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이새샘·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