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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절반 “결혼 NO, 동거 OK”… 23%는 “비혼 출산 가능”

입력 | 2021-05-31 03:00:00

국내가구 30% ‘나 혼자’ 산다… 1인가구 비율 10년새 두배로




1인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년 새 10%포인트 가깝게 늘면서 지난해 세 집 중 한 집이 ‘나 혼자 가구’였다. 또 20대의 절반은 ‘결혼 대신 독신’에 긍정적이어서 1인 가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여성가족부가 전국 1만997가구를 조사해 발표한 제4차 가족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30.4%였다. 2015년 조사 때 21.3%였던 걸 감안하면 불과 5년 새 9.1%포인트 증가했다. 2010년 같은 조사에서는 15.8%였다. 10년 새 2배 수준으로 늘었고 증가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정은 줄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른바 ‘표준 가족’으로 여겨 온 부부와 미혼 자녀로 구성된 가구의 비율은 지난해 31.7%였다. 5년 전에는 44.2%였다. 이제는 1인 가구와의 차이가 거의 없을 정도다.

가구당 구성원 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5년 평균 2.8명에서 2020년에는 2.3명이었다. 2023년 5차 조사에선 1인 가구 비율이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용 불안이 늘고 여성의 사회 참여가 가속화하면서 기존 가족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가족 중심의 복지 정책을 개인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1인가구 절반은 상대적 저소득층… “균형 잡힌 식사 어렵다” 고충 1위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주류’ 가정으로 부상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보는 사회적 시각도 크게 바뀌고 있다. 특히 결혼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연령층에서 “필요 없다”는 응답이 점점 늘고 있다. 전 연령대 조사 결과 국민 3명 중 1명(34.0%)은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 수 있다”고 답했다. 20대에 국한해 살펴보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53.0%에 달했다. 그만큼 앞으로 1인 가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바라보는 시선도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결혼하지 않는 상태의 동거에 대해 응답자의 26.0%는 “해도 괜찮다”고 답했다. 특히 20대는 절반 가까이(46.6%)가 동거에 찬성했다. 최근 정자 기증으로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방송인 사유리 씨 이후 화제가 된 ‘비혼 출산’에 대해선 주로 젊은층이 긍정적이었다. 20대 중 23.0%가 “비혼 출산도 괜찮다”고 답했는데, 이는 5년 전 조사 결과(8.4%)와 비교하면 3배 가까이로 늘어난 수치다.

이번 조사는 사유리 씨의 비혼 출산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해 9월 이뤄졌다. 이미 동거, 비혼 출산 등에 대해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크게 바뀌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재훈 교수는 “남편이 가장이 돼 아내와 자녀의 생계를 유지하는 종래의 가족관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내 1인 가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혜영 전 한국건강가정진흥원 이사장은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40%를 넘어섰다”며 “우리나라도 이와 유사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청년 1인 가구가 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고령층 1인 가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인 가구 중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은 전체의 61.1%였다. 또 1인 가구의 절반 이상이 월 소득 200만 원 미만인 상대적 저소득층이었고, 이 중 7.9%는 월 소득이 50만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월 소득 700만 원 이상은 전체의 3.1%에 불과했다. 이정심 여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1인 가구 중에는 고령 여성의 비율이 높은 탓에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1인 가구가 겪고 있는 가장 큰 고충은 식사 문제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문제를 설문 조사한 결과 “균형 잡힌 식사를 하기 어렵다”는 답이 42.4%(중복 응답 허용)로 가장 많았다. 이어 “몸이 아프거나 위급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30.9%로 뒤를 이었다. 흔히 혼자 사는 사람의 가장 큰 문제로 여겨지던 ‘외로움’을 꼽은 응답은 18.7%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1인 가구가 필요로 하는 정부 지원책은 ‘주택 안정책’이었다. 특히 20, 30대 1인 가구에서는 80% 이상이 주거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면 고령층으로 갈수록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지운 easy@donga.com·이미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