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촉발된 디지털 감시기술 필요성 ‘디지털 권위주의’와 ‘감시 자본주의’ 부작용 민주주의 위협하고 통제사회 만들 우려 개인정보 수집·감시에 시민사회가 맞서야
최재욱 객원논설위원·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
감시기술의 사용은 시민사회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상감시와 감시통제체제의 등장을 초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정치 집회에서 지도자 연설을 듣던 일부 시민의 생체 정보 측정 장치가 분노 징후를 포착했다면 그들은 현장에서 체포될 수도 있다. 권위주의 정부와 기업이 사람들의 생체측정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정보를 정치와 경제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나친 기우에 불과할까? 이미 중국 정부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을 강력하게 감시하고, 수억 개에 이르는 안면 인식 카메라와 빅데이터 분석 도구를 결합하여 14억 명의 시민을 감시하고 있다.
감시 기술에 기반한 이런 ‘디지털 권위주의’는 일부 독재와 권위주의 국가의 전유물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디지털 감시기술은 정보기술(IT) 생태계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구글, 애플,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미래에 무엇을 할지 예측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생태계를 창출했다. 개인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인 활동은 바로 ‘감시’다.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라는 새로운 용어가 미국에서 등장한 연유다.
권위주의적 정부든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든 시민 개인의 정보를 감시, 수집 그리고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시민사회가 적극 대항하여야 할 시점이다. 현재 인류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위기가 지나간 뒤 직면할 세상에 대해서도 더욱 고민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향후 새로운 감염병 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를 들어 상시적 감염병 감시체계 구축과 생체측정 감시 필요성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로감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상시 감시체계 중 선택을 강요한다면, 시민들은 상시 감시체계를 선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와 권위주의적 감시체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개인정보 보호와 건강을 모두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경제, 사회, 정치 모든 영역에서 감시기술을 사용하는 디지털 권위주의 정부와 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정부와 기업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규제를 정비하고, 시민사회와 언론을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제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개방성, 투명성 및 인권보호를 포함한 법치주의에 따라 디지털 도메인에 대한 국제 거버넌스를 표준으로 채택하고, 국제민간기구와 디지털권리 진흥기금을 설립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민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통계를 이용하고, 시민은 이를 직접 감시할 수 있어야만 정부와 기업이 진실을 말하는지, 올바른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을 감시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사용하는 바로 그 감시 기술로 시민사회가 정부와 기업을 감시할 수 있어야 개인의 존엄과 자유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