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용 칼럼니스트
“요즘 97년생 욕하는 게 유행이에요.” 요즘 많아진, 구도심의 엘리베이터 없는 건물 4층에 있는 카페에서 어느 90년생이 분개했다. “저희 나이가 이제 대리쯤 됐잖아요. 그런데 신입사원이 ‘대리님!’ 하고 부르더니….” 그녀는 말을 멈추고 손을 까딱거렸다. “이러면서 오라고 하더래요. 친구도 ‘그래, 간다’ 싶은 마음으로 갔대요. ‘이런 건 혼내서 알려줘야 한다’는 애착이 없으니까.” 90년생도 더 어린 세대에게 세대 차이를 느끼는 시대가 왔다.
“우리보다 똑똑해.” 오랜만에 만난 83년생 친구는 소주를 마시며 이야기했다. “회사에 C 군이 있는데, 이 일이 어떤 의미가 있고, 이걸 어떻게 하면 본인에게 어떤 이득이 올지 설명만 잘해주면 그때 보여주는 집중력과 업무 몰입도가 엄청나. 우리랑 달라.” 그는 요즘 젊은이의 장점을 보았다. “멘털이 강한 것 같긴 해요. 웬만한 일들에는 흔들리지 않아요.” 97년생의 손가락 까딱거림에 황당해했던 90년생도 이들의 장점을 떠올렸다.
“정보의 수준이 달라.” 확실히 젊은이들의 능력과 세계관이 다르다는 걸, 30대들은 느끼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와 중국에서 공부한 팀원이 있어. 트렌드 알아오라고 하면 바로 웨이보로 검색하고 위챗으로 중국 친구들한테 물어보는데, 나로는 도저히 할 수 없지. 그런 애들이 ‘꼰대’ 싫어한다는 것도 편견이야. 윗사람들이랑 티타임 갖고 술자리 따라다니면서 주재원 자리 노리는 애들도 여전히 있어.” 언젠가 만났던 어느 마케터의 말이다. 세대 차이라기보다는 개인 차이일까.
“저는 가끔 뉴스 라이브러리에 ‘신세대’를 치고 1993∼95년 사이의 기사를 찾아보며 위안을 삼습니다.” 86년생 영업팀장은 ‘90년대생이 정말 다른가’라는 우문에 뉴스 라이브러리 화면을 보여주며 답했다. 당시 신문들은 매체마다 ‘신세대’ 기획기사를 만들 정도로 해당 세대에 관심을 가졌다. 기사를 읽어보았다. ‘직장 가정 구분 철저’ ‘국제화’ ‘절주(節酒)’ ‘직장 상사와는 불가근불가원’. 요즘 젊은 세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눈에 띄는 차이는 일에 대한 태도다. 1993년 5월 2일자 동아일보 ‘신세대’ 기사 제목은 ‘하고 싶은 일 많으면 야근도 신바람’이었다. 요즘 세상과는 조금 다른 정서다. 내가 느끼는 요즘 젊은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일을 삶의 짐이나 적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이 풍조가 앞으로 어떤 효과를 부를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박찬용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