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재정준칙]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국가채무비율 60% 이하 유지’ 2차 추경 땐 지키기 힘들어져… 국가재정법 입법 논의 과정 재정준칙 예외조항 수정하거나, 국가채무비율 기준 올릴 수도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가운데)가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원내대표는 “이번 여름 움츠러든 실물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경 등 재정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다시 한 번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군불을 때고 있는 여권이 ‘한국형 재정준칙’을 일부 손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로 한 재정준칙을 2025년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채무비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31일 “2차 추경에 더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손실보상법까지 감안하면 2025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60% 밑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재정준칙 입법 논의 과정에서 예외 조항을 구체화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준칙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정부는 나라 살림을 대폭 줄여야 한다.
기재부 등에 따르면 3월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1차 추경으로 2024년 예상 국가채무비율은 59.7%에 육박한 상황이다. 여기에 2차 추경까지 편성되면 2025년 이전에 마지노선인 6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전 재정준칙을 손보겠다는 기류다. “2차 추경은 우리 경제에 특급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던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여름 움츠러든 실물 경기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한 추경 등 재정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는 재정준칙의 기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대략 80% 수준이기 때문에 한국형 재정준칙이 정한 60%가 타당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7개월밖에 안된 재정준칙, 돈풀기 위해 손보려는 與
‘국가채무비율, GDP대비 60%’… “2차 추경땐 유지 어려울수도”재정준칙 일부 손질 방안 검토… 나랏빚 급증 속 재정건전성 우려
○ 재정준칙 발표 7개월 만에 “수정 검토”
재정준칙은 시행령이지만, 재정준칙의 법적 근거는 국가재정법에 담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는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안 등 관련 법안 5개가 발의된 상태다. 추 의원은 국가채무비율을 45%로 규정했지만, 3월 올해 첫 추경에 따라 이미 국가채무비율은 48%를 넘어섰다.
민주당은 국가재정법 입법 논의 과정에서 기재부의 재정준칙 일부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재정준칙 적용의 예외 조항을 더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추경 편성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정한 예외 조항은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대규모 재난 △세계 금융위기,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로 성장, 고용의 중대한 변화 등으로 돼 있는데, 이를 더 명확하게 손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여당 내에서는 아예 ‘국가채무비율 60%’를 상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OECD 국가채무비율 평균이 80% 가까이 되는데 우리만 60% 수준으로 정할 필요는 없다”는 논리다.
○ 與,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전 손보기
여권이 계획대로 9월 추석 전후로 두 번째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풀기 위해서는 국가채무비율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민주당 내에서는 “올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지난해보다 규모가 커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지난해 3월 가구당 최대 100만 원을 지급하는 데 14조3000억 원이 들었다.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선두권을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날 “2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여기에 청와대가 내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기로 한 상황에서 결국 여권이 재정준칙과 관련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예외 조항을 손보거나, 국가채무비율 기준을 높이는 것 등 두 가지뿐이다.
여기에 현 재정준칙이 유지된다면 여권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해도 차기 정부가 재정 운영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만약 내년 대선에서 야당이 집권해도 역시 과도한 재정준칙으로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논의해 볼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정준칙과도한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국가채무비율 등 주요 재정 지표를 일정 수준으로 관리하도록 만든 규범. 지난해 10월 정부는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한국형 재정준칙’ 시행령을 마련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