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만취 벤츠’ 피해자 유족 “아버지, 수의 못입힐 정도로 처참”

입력 | 2021-06-01 09:49:00

청와대 청원…"부친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
'음주운전 사망사고' 30대 여성, 전날 檢송치
술 취해 운전하다 공사작업 중이던 60대 치어
다음날 영장심사 도착해서도 "기억이 안 난다"




30대 여성이 만취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몰다 공사 작업 중이던 60대 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와 관련, 피해자의 유족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했다.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이 사고 피해자 가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아버지는 (지난달) 24일 새벽 야간근무를 하던 중 음주운전 사고로 응급실조차 가보지 못하시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셨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구 공장이 어려워지면서 공장을 정리 후 적성을 살려 건설 쪽 업무를 하시고 싶어 하셨다”며 “본인이 대표 자리에서 일용직 근로자가 돼버린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지만, 가장이기에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몫을 다 하고 싶어 하시던 분이었다”고 떠올렸다.

청원인은 “아버지 시신은 염도 할 수 없는 상태였고 흰 천으로 몸을 덮은 채 얼굴만 보였다”며 “얼굴 또한 심하게 함몰돼 눈, 코, 입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 상태가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얼굴만을 보기 기다렸던 시간이 저희 가족에게는 그것 조차 허락될 수 없던 시간이었다”며 “그렇게 아버지에게 마지막 수의마저 입혀드리지 못한 채로 보내드려야만 했다”고 적었다.

청원인은 “억울하고 처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며 “수의조차 제대로 입혀 보내드리지 못할 만큼 처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이 제대로 된 처벌로 억울함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청원 동의에 대한 도움을 간절히 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이 청원은 사전 동의 기준(100명 이상)을 충족,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이다. 1일 오전 9시께까지 6300여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벤츠 차량을 몰던 30대 A씨는 지난달 24일 새벽 2시께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지하철 2호선 방호벽 교체 공사를 하던 60대 노동자 B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운전한 차량은 B씨를 친 후 크레인 지지대를 들이받았고, 이에 차량에서는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당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0.08%)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심태규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 등 혐의를 받는 A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심 부장판사는 “도주 우려”를 영장 발부 이유로 들었다.

A씨는 지난달 25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동부지법 청사에 도착했을 당시 “술은 얼마나 마셨나”, “음주운전 왜 했나”, “당시 과속을 했는가” 등 취재진 질문에도 모두 “기억이 전혀 없다”, “기억이 안난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A씨는 “유가족에게 할말 있는가”라고 묻자 “너무 죄송하다”며 “뭐라고 할말이 없다”고 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청사 밖으로 나와서는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