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범 “검찰 개혁 일환으로 강조된 형사부 활성화, 검찰 전문역량 강화 기조 어긋나” 오인서 “불완전함과 비효율성을 내포한 채 시행 중인 수사구조 개편 법령”
검찰 고위 간부 인사와 조직개편 발표가 임박해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5월 28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로비.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검찰 인사를 앞두고 사의를 표명한 고검장급 고위 간부들이 1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추진 중인 검찰 조직개편안을 비판했다.
2019년 하반기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최근의 조직개편안은 그동안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강조되어왔던 형사부 활성화, 검찰 전문 역량 강화 기조와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배 고검장은 “강력부, 조사부, 외사부 등 전문 수사 부서가 수십년 간 힘들여 축적해온 전문 수사 역량은 검찰뿐 아니라 우리 사법시스템과 국가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전문 수사부서들을 일거에 폐지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전문 역량을 강화한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에 담긴 검찰 강력부와 반부패부, 공공수사부와 외사부 등을 통폐합하는 내용을 비판한 것이다.
배 고검장은 서울중앙지검이 전담부에서만 6대 범죄 수사가 가능하고, 그 외 다른 지방검찰청의 경우 형사부 ‘말(末)부’에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6대 범죄를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일일이 개별 사건의 수사 개시를 승인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의구심을 야기하고, 일선 청과 검사들의 수사 자율성, 독립성을 심하게 손상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조국 수사 이후 자신이 사실상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기와 태극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배 고검장은 “검찰 개혁이 단지 슬로건에 그치지 않고, 내외의 공감과 설득력을 갖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검찰이 그동안 겪어온 신뢰의 위기와 국민들의 뼈아픈 질타에 대해서는 검찰 간부로서 깊은 책임을 느끼고 송구스런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전경.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오 고검장은 “사단과 라인은 실체가 불분명한 분열의 용어”라며 “안팎의 편 가르기는 냉소와 분노, 무기력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 고검장은 후배 검사들에게 “존경받는 어느 어르신이 그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평생 살아오며 근신한 3가지를 일러주었다고 한다. 3독(獨善, 獨占, 毒舌)을 피했다는 것”이라며 “말과 글이 부딪히고 불신과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이 세태에 외람되지만 저를 포함해 모두가 되새기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당부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