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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건’에 한국 뚫렸다…美부품 들여와 진짜 권총 제작

입력 | 2021-06-01 17:19:00

동아일보 DB


해외에서 총기 부품을 몰래 들여 와 실제 총으로 만들어 사고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1일 불법으로 총기를 제작·판매한 혐의(총포·도검·화약류 등 단속법 위반)로 40대 남성 A 씨를 구속했고 현역 군인 등 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범죄 조직과 관련된 사람은 없었다. A 씨와 군인 등 3명은 총기 제작, 2명은 제작·판매, 나머지 2명은 총기를 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군사 전문 인터넷 카페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현직 부사관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올 3월부터 군 경찰, 관세청과 합동수사를 진행해왔다.

최근까지 총기 부품을 60여 차례에 걸쳐 몰래 국내에 들여왔다. 부품은 스프링, 플라스틱 등으로 세세하게 나눴고 자동차 부품이나 장난감 총의 부품이라고 거짓 신고해 수입통관 절차를 피했다.

첩보를 받아 추적하던 경찰은 이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급습해 권총 5정, 소총 1정, 모의 총기 26정, 실탄 등 불법총기류 138점을 압수했다.

이들이 만든 총의 성능은 위력적이었다. 일부 총은 격발 시 7㎜ 합판 7장을 뚫었고, 한 줄로 세워둔 맥주캔 4개를 산산조각 낼 정도의 파괴력을 보였다. 이렇게 제작된 총기 중 3정은 올해 초 1정 당 약 300만 원에 팔렸다. 붙잡힌 구매자 2명은 “평소 총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호신용으로 샀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등이 만든 총은 일명 ‘유령총(고스트건)‘이라 불린다. 고스트건은 부품을 따로 사서 만든 총기를 뜻하며 총의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총기 번호는 없다. 미국 정부는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서류와 면허 등 절차를 만들어 총기를 관리하는데, 사용자가 직접 총기 부품을 결합해 만드는 사제총인 고스트건의 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07년 4월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재미교포 조승희 씨가 자신을 포함해 33명을 죽이고, 29명을 다치게 했던 총기 살인 테러에도 고스트건이 사용됐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고스트건 적발을 총기규제의 1호 목표로 지목했다.

일당은 불법 수입한 화약과 모형 탄으로 공포탄을 제조해 사격 연습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실탄도 제조하려 시도했지만, 거듭 실패하자 옛 미군부지에 가서 금속탐지기로 실탄 7발을 주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 제작 유통 범죄는 대형 인명피해나 테러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며 “호기심으로 총기류 부품을 불법 수입하거나 제작 유통해도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발견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불법으로 총기를 제조·판매·소지할 경우 3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상 1억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반면 불법무기류 소지자를 신고 하면 최고 500만 원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이들이 통관한 물품 목록을 모두 파악해 밀반입한 총기부품으로 제작한 불법 총기를 모두 압수했다. 또 통관 절차에서 걸러지지 않는 총기부품 목록과 이들의 범행수법 등 관련 정보를 관세청에 모두 제공하고, 유사 범행을 막기 위해 수입통관 절차 개선을 요청했다.


부산=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